“북 외화통용 현상 심화…탈달러화 재시행 시 많은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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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주민들의 외화통용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탈달러화 정책을 다시 시행할 경우 과거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지난 4일 발표한 ‘북한 소비자 지급수단 조사 및 분석’ 보고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의 이주영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북한 내 외화통용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정책이 재시행될 경우 과거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주영 연구위원은 2000년에서 2019년 사이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 289명을 대상으로 지난 2020년 8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외화현금을 지급수단으로 사용한 경험이 있는 북한 주민의 비율은 2000년대 17.5%에서 2010년대 37.6%로 증가했습니다.

외화카드 사용 경험이 있는 주민의 비율은 처음 도입된 2010년에서 2014년 사이 5.4%로 집계됐고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14%로 증가했습니다. 내륙 도시 지역의 경우 같은 기간 12.5%에서 30.8%로 늘어났습니다.

내화현금 사용 경험 비율은 2000년대 100%에서 2010년대 99.7%로 미미하게나마 줄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화카드의 경우 처음 도입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사용경험 비율이 6.8%에 머물러 다소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주영 연구위원은 2013년에서 2019년 사이에는 물가가 안정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외화현금과 외화카드 지급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외화통용 현상은 일시적 사건이 아니라 지난 2009년 시행된 몰수형 화폐개혁과 같은 조치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 그리고 외화사용 계층의 경험이 확대됨에 따라 외화의 거래비용이 낮아지는 효과 등으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주영 연구위원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외화통용 현상이 심화된 가운데 북한 당국의 탈달러화 정책이 재시행될 경우 비공식 부문에서의 달러 사용이 금지돼 물자 부족 등의 문제가 초래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주영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 연구위원: (북한 주민들이) 원래 그 달러를 가지고 중국 가서 물건을 사오잖아요. 그걸 못 사오게 되게 되니까 물자가 부족해지는 거죠. 그런데 보통 이 달러가 국가로 들어가게 되면 국가는 오히려 물자 이런 것보다도 국방 쪽으로 더 투자를 하지 않습니까. 그만큼 소비재 공급에 차이가 생기는 것이죠.

아울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 사태에 따른 국경봉쇄 등으로 북한의 대외교역이 위축되면서 2020년대에는 외화통용 지속현상이 멈추고 북한이 탈달러화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발표한 ‘2021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서 지난해 북한의 GDP, 즉 국내총생산이 전년대비 0.1% 감소했고 대외교역 규모는 전년대비 17.3% 줄어들었다고 추정한 바 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