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최근 출시한 손전화기용 재무관리 앱이 북한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는 소식에 대해 미국의 일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당 앱을 개발한 의도에 의구심이 제기됐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북한의 영문 일간지 ‘평양타임즈’는 지난 4일 ‘주부들이 환영하는 재무관리(Financial management app welcomed by housewives)’ 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선은파산정보기술교류소(은파산)’가 개발한 스마트폰, 즉 지능형 손전화기의 재무관리앱 ‘물방울 1.0’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내용에 따르면 ‘물방울 1.0’은 개인과 가족의 소득과 지출을 종류별로 나열할 수 있도록 하고, 현금 유동성을 비롯해 예산 계획, 통계 및 부채, 신용관리를 포함한 재무관리 기능 등을 지닌 스마트폰앱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매체는 이날 “물방울 1.0을 사용해 본 많은 주부들은 더 이상 통장이나 계산기가 필요 없고, 그래프로 월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확인할 수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안보 관련 민간연구소 ‘발렌스 글로벌’의 매튜 하 연구원은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해당 앱이 개인 자산에 관한 예민한 사안인 만큼 실제 당국의 검열을 경계해 사용을 꺼리는 주민들도 없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하 연구원은 사용자들이 ‘물방울 1.0’ 앱 속에 쓰는 모든 재무 관련 내용을 당국 측이 수집하고 있을 것으로 확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스마트폰와 컴퓨터 등에 대한 북한의 정보기술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 연구원: 북한은 과거부터 이같은 영역에 투자를 해왔고 실제 능력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 넘을 수도 있습니다.
또 이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앱을 먼저 입수해야 하지만 외부에서는 이 역시 쉽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북한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도 이날 자유아시방송에, “매우 흥미롭지만 더 나은 이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은 정당한 이유로 불신을 받아온 은행제도를 주민들이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을 이어온 것으로 본다”며 이 또한 그러한 시도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나아가 해당 앱이 가정의 은행 계좌와 직불카드 간 전자적 연동을 허용하는 기능이 있다면 향후 북한 경제에 관한 변화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경우가 사실이라면 향후 북한이 저축과 투자에 대한 소득을 어떻게 회계처리하는지 보는 것은 분명 자본주의적인 아이디어일 것”이라고 관측했씁니다.
한편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스팀슨센터의 벤자민 카제프 실버스타인 객원연구원은 지난 29일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분석문을 통해 관영매체인 ‘평양타임즈’ 기사에 사용된 특정 용어들에 주목했습니다.
이날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기사의 주제 자체가 새롭거나 획기적인 것은 아니라면서도, “소득과 지출(earnings and income)”, “현금 유동성(cash flow)”, “예산 계획(budget planning)” 등과 같이 통상 시장경제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를 쓰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해당 앱의 기능이 시장 경제학의 언어로 정상적인 설명이 되고 있다는 점은 앞서부터 관측돼 온 북한의 시장화 현상의 확산을 방증하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이상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