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반도 동해의 러시아 수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단속에 나선 러시아 국경수비대원들을 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기소됐던 북한 선원 14명의 재판이 재개됐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연해주 지방 법원은 8일 지난 2019년 9월17일 러시아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오징어(북한명: 낙지) 불법조업을 하다 칼과 도끼로 러시아 국경수비대원들을 폭행한 북한 국적의 남성 선원 14명에 대한 형사 재판이 재개됐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해 8월 러시아 연방검찰은 북한 선원 14명 중 8명을 러시아 형법 318조(공무집행 방해 혐의), 또 나머지 6명을 러시아 형법 317조(공무집행관에 대한 저항 및 폭력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북한 선원 14명이 기소된 이후 코로나19 상황 악화, 재판부 휴가 등으로 인해 재판이 중지된 후 15개월만에 이들의 재판이 재개된 것입니다.
앞서, 동일한 이번 사건과 관련해 14명 외에 북한인 2명은 징역 4년형, 1명은 징역 7년형을 이미 지난해와 올해 초 선고받은 상태입니다.
러시아 연방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9월 러시아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러시아 국경수비대가 북한 어선의 불법 조업 현장을 목격했고, 단속 도중 북한 선원 18명이 칼과 도끼로 국경수비대원들에게 살해 위협을 가하며 격렬히 저항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선원 18명이 러시아 국경수비대원 11명을 폭행했고, 국경수비대원 6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부상을 입은 국경수비대원들 중 한 명은 총상을 입기도 했고, 불법 조업 중이던 북한 선원 1명은 사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홍콩의 영자신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는 8일, 중국 농림부가 "중국 어선 선단으로 인한 환경피해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해역에서 운항하는 오징어 어선의 수를 제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 오징어 어획량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북한 해역에서 생태계를 손상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지난해 7월 불법어획 어선을 감시하는 국제 비영리단체 ‘글로벌 피싱 워치’(Global Fishing Watch)도 보고서를 통해, 중국 어선 수백 척이 북한 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면서 북한 어선들이 장거리 항해 장비도 없이 러시아나 일본 해역으로 쫓겨나게 됐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의 이신욱 부산외대 교수는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러시아에서 북한 선원들에 대한 재판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러시아에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사태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전통적으로 러시아는 북한의 우방으로서 특히 중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온건하게 불법조업에 대처하고 있다면서, 북한 주민들은 이러한 점을 악용하여 중국 보다 수산물이 풍부한 러시아 해역에 출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교수는 동해의 어업권을 중국에 판 북한 정부는 외화벌이와 부족한 어획고 때문에 북한 선원들을 러시아 극동 연해주 해역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신욱 교수: 북한 선원들이 무리해서라도 러시아 영해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이유는 제2의 고난의 행군에 버금가는 나빠진 북한의 식량사정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김정은 총비서의 수산물 증산 명령 때문으로 보입니다.
실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9년 9월 공개한 중간보고서에서 북한이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제 3국 어선에 대한 어업권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7년 8월 대북제재결의 2371호를 채택하며, 북한산 수산물의 수출을 금지한 바 있습니다.
기자 이경하,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