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병원, 북 의료진 ‘제재위반’ 행위 자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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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초 리비아에 파견된 북한 의료진들이 현지 환자를 돌보고 수술을 집도하는 등 의료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최근 해당 병원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유엔 대북제재 위반 활동을 해당기관이 자진해 공개하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리비아 남동부에 위치한 쿠프라시의 한 의과대학 병원(the Martyr Attia Al-Kadeh Teaching Hospital)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북한 의사들의 의료 활동 사진이 게시됐습니다.

10여장의 사진을 통해 이 병원에서 환자를 받고, 행정 업무를 하고 심지어는 리비아 의사들과 함께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이 상세히 공개됐습니다.

북한 의사로 보이는 의료진 사진에 대한 게시물에는 “훌륭한 의사(احسن دكتور)”, “신의 은총이 있길(دكتور جو ربي يحفظك)” 등의 현지인들이 아랍어로 올린 댓글도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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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의사가 리비아 의료진과 함께 수술하고 있는 사진. /The Martyr Attia Al-Kadeh Teaching Hospital

그간 북한 의료진이 불법적으로 해외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유엔 안보리 보고서는 나왔지만, 북한 의료진이 활동하는 모습을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자진해서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북한 의료진들의 진료활동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유엔 안보리가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2019년 12월22일까지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북한 의사들은 안전과 치안 문제로 철수했다 지난 1월 약 8년 만에 리비아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RFA 보도)

리비아 지역 언론(عاجل الكفرة)은 당시 ‘북한 의료진들은 일반외과와 마취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소아과, 정형외과, 내과, 치과 등 15개 분야 전문의 26명과 간호사 12명 등 38명으로 구성돼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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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의사들이 의료기기를 활용해 진료를 보고 있다. /The Martyr Attia Al-Kadeh Teaching Hospital

미국 주재 리비아 대사관과 병원측은 대북제재 위반 혐의가 아니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문의에 6일 오후까지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북한 담당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Anthony Ruggiero) 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몇몇 국가들은 유엔 대북제재를 준수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이를 어겨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루지에로 연구원: 유엔 대북제재 준수는 모든 회원국의 요구사항입니다. 북한이 이를 통해 얻는 수익은 (북한의 핵 개발에 있어) 큰 문제입니다. 리비아의 병원은 제재에 대한 인식이 없거나 유엔 대북제재 위반에 대한 보복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중국과 러시아 등도 불행이도 대북제재를 이런 식으로 어겨왔습니다.

그간 북한은 부족한 장비와 의약품 등으로 의료수준이 열악하다고 알려졌고, 코로나19 전염병 시기를 거치면서 의료체계가 사실상 작동되지 않고 있단 전망이 나왔습니다.

북한이 자국민에 대한 의료봉사를 제쳐두고 해외에 의료진을 파견한 점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입니다.

한편, 최근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도 북한 의사들이 불법 의료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나이지리아 언론 국제탐사보도센터(ICIR)에 따르면 ‘김정수’라는 북한 출신 의사가 4년째 무등록 상태로 간판 없이 의료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자 박재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