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주민들이 윤달(3,22-4.19)이 있는 올 청명일(4.5)에 분묘를 개장하고 다시 안장하면서'잘 살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의 보돕니다.
3년에 한번 찾아오는 윤달은 음력에서 양력과의 날자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생겨나는 달입니다. 올해 윤달은 3월 22일~4월 19일까지, 이 기간 분묘를 개장하는 북한 주민들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북한에서 분묘 개장은 당국의 통제 대상이 아니고 약 10 % 정도의 주민들이 조상들을 다시 안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오늘 십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묘지를 털고(개장) 다시 안장했다”면서“올해 청명(4.5)은 윤달이 끼어있는 손이 없는 달이어서 묘지를 고쳤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조상의 묘지를 개장하고 다시 안장한 것은 10대 아들이 시름시름 앓고 일도 자꾸 꼬여서 조상의 묘지를 고치면 액운을 물리치고 집안의 일이 잘 될 것 같은 마음에서 였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는 조상의 묘지가 오래되었다고 묘지를 개장하거나 이장하진 않지만, 가정에 불상사가 이어지면 조상의 묘지가 잘못되어 액운이 온다는 미신설이 있어 윤달이 있는 청명날이면 조상의 묘지를 개장하고 다시 정성스럽게 안장하면서 액운을 쫒는다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조상의 묘지를 파헤치면 가장 먼저 조상의 뼈가 물에 잠기지 않았는지, 뼈 사이에 나무뿌리가 내리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면서“조상의 뼈에 이상이 있으면 무덤에 묻혀있는 조상이 화가 나서 자기 후손에게 액운을 준다고 믿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묘지를 개장하고 다시 안장하는 일에는 한의사들이나 산세를 알고 인체구조를 독학으로 공부한 중년 남성들이 초청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청명(4.5)에 조상의 묘지를 개장하고 다시 안장하면, 청명 다음날 한식(4.6)에 가족이 조상의 묘지 앞에 제사상을 차려놓고 절을 하면서 잘 살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북도에서도 청명(4.5)일에 묘지를 개장하고 다시 안장하면서 불운을 쫒고 있는 주민들이 있는데“의주군에서는 묘지를 고쳐주고 돈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고 현지 소식통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조상의묘지를 개장하면 나무 관은 썩고 조상 뼈만 있는데, 흙 속에 있는 조상의 뼈를 하나하나 추어내고 다시 안장할 때 자그마한 뼈라도 인체 순서대로 제대로 못 맞추면 가족의 일이 더 꼬인다고 믿기 때문에 반드시 인체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을 돈을 주고 초청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조상의 묘지를 개장하고 다시 안장해주는 가격은 친분관계에 따라 내화 5만($6.1)~10만($12.2)으로 알려졌습니다. 4월 초 평안북도 시장 외화환율은 미화 1달러에 8천200원, 중국돈 1위안에 1천250원입니다.
“돈이 없는 주민들은 10~20년 간 묘지에 묻어놓았던 술을, 묘지를 개장하고 다시 안장해주는 비용으로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장례 입관할 때 관 안에 도수 높은 술을 넣는 관습이 있는데, 묘지에서 십년이상 묻혀있는 술은 자손들에게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평안북도에서 살다 2018년 탈북한 이금옥 씨는 윤달이 있는 해는 주민들이 집을 증축하거나 다시 짓기도 하지만, 묘지를 개장하거나 이장하는 주민들이 가장 많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 이금옥 씨 : (청명)하루에 다 하죠. 당일에요. (묘지를)파고 묻는 건 가족이 하지만 (조상)뼈를 맞추는 건 할 줄 아는 사람을 데리고 와요. 돈은 줘야 되요. 돈이 없으면 관 속에 넣었던 술을 주는데, 무덤에 파묻었던 술은 주정이 1프로도 없어요. 맹물 같아요. 그래도 만병통치약이니까...
한편 북한에는 평양시 락랑구역 오봉산에 자리한 화장장이 유일해 평양 시민들만 화장장을 이용해 화장한 유골을 유골보관소에 보관하고 한식과 추석날 유골함을 찾아 제사를 지내지만, 지방 주민들은 거주하고 있는 주변 지역 산에 묘지를 만들어 산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