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당국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개폭로모임’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회질서를 세운다며 일부 주민들을 대중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시키는 당국의 처사에 비난이 일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23일 “어제 우리 동네 여맹을 비롯한 각 기관 기업소, 사회단체들에서 공개폭로모임이 진행되었다”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고 지명된 대상들이 주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비판 받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22일 포항구역 남강1동 여맹위원회주관으로 포항구역 영화관에서 ‘공개폭로모임’을 진행했다”면서 “오전 10시에 시작된 공개폭로모임에는 남성 3명, 여성 3명 등 여섯 명이 비판무대에 올라 수백 명의 여맹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들 남성과 여성들이 공개비판 무대에 오른 것은 가정불화와 치정문제로 하여 가정이 파탄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라면서 “세 부부가 가정불화로 이혼을 제기하자 당에서 이들의 사생활을 주민들에게 폭로하며 공개폭로모임을 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하지만 폭로모임에 참가한 주민들은 서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면서 “치정관계와 가정불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나쁘지만 가정유지의 기반이 되는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한 현실에서 국가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제도적 문제가 빚은 결과이지 비판 대상들을 탓할 일이 아니라는 여론도 많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공개폭로모임이 끝난 후 대상 부부들은 당에서 결정한대로 가정을 유지해야 하며 이혼은 허락되지 않았다”면서 “당에서는 가정이 파탄나면 자식들이 방황하게 되고 사회질서가 무너진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일부는 가정을 유지하고 자식을 먹여 살릴방도가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4일 “요즘 사회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각 단위별 총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상반년도 총화사업에서 가정불화가 사회질서를 깨뜨리는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면서 가정불화를 겪고 있는 대상들에 대한 공개폭로모임이 벌어졌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달 들어 당의 지시에 따라 혜산시의 각 동마다 공개폭로모임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폭로모임의 내용은 주로 가정불화가 발생한 가정을 선정해 대중토의에 붙여 공격적으로 비판하게 하고 그들의 사생활을 폭로한 다음 이혼여부를 결론내는 방식”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틀 전 혜산시 선전대에서 진행된 공개폭로모임에는 30대의 여성 2명과 30대 후반과 40대 초반 남성 2명이 공개폭로무대에 올랐다”면서 “하지만 이들 부부가 제기한 이혼신청은 가정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두 부부는 2시간동안 수백 명의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가정을 돌보지 않고 서로 다른 상대와 치정관계를 맺은데 대한 비판세례를 받았다”면서 “이는 비판으로 가정을 유지시키려는 것보다는 대중 앞에서 망신을 줌으로써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당국의 폭력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사실상 공개폭로 무대에 오른 주민들은 가정불화의 원인이 된 경제난이나 배우자의 무책임에 대해서는 한 마디 변명할 겨를도 없이 수치심과 공포심을 동반한 망신을 당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