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출신 유학생들이 게임에 중독됐다며 중국 인터넷 사회연결망 '더우인'에 공유된 영상과 사진이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인들이 애용하는 인터넷 사회연결망 ‘더우인’에는 최근 몇달 간 ‘북한(조선) 출신 유학생’으로 소개된 이들이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사진과 영상이 다수 공유됐습니다.
게시자들은 영상 속 인물들이 ‘우리 반 북한 유학생’ 또는 ‘우리 기숙사 북한 유학생’이라고 주장하며 이들이 컴퓨터, 손전화, 게임기 등을 이용해 중국, 한국, 일본 등 각종 외국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촬영해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북한에 돌아가서 조국 건설을 할 수 있겠냐’, ‘장군님 은혜에 어떻게 보답할 것이냐’며 비꼬기도 했습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영상 속 인물들이 북한 출신 유학생인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는 등 진위를 의심하는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로서 탈북 전인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바 있는 김금혁 씨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 당국의 재정 지원을 받은 유학생들은 당국의 강한 통제를 받지만 부모가 직장, 사업 등을 이유로 중국에 장기 체류하고 있어 자비로 유학 중인 학생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매주 토요일 대사관에서 생활총화를 진행하고 보위지도원 등을 파견하며 통제를 시도하고 있지만 중국 내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비유학생의 사생활까지 관리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김금혁 씨 : (자비유학생의 경우) 해당 학생의 부모가 상당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 보호 아래에 있기 때문에 이들의 사생활을 관리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입니다. 유학생의 사생활에 문제가 발생하면 부모가 책임을 지는 방식이고 이들을 관리하는 보위지도원 등이 파견 나가 있지만 이들이 사실상 통제를 그렇게 강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됩니다.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에도 컴퓨터 게임이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와 실시간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이러한 경험을 다시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유학생들이 게임에 더 깊게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금혁 씨 : (유학생들은) '내가 유학을 하다가 북한으로 들어가게 되면 이런 문화는 다시 누리지 못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나와 있을 때 열심히 즐겨야겠다'는 심리가 있어서 (게임에) 조금 더 과열되는, 깊이 빠져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북한 관련 연구를 해온 최선경 이화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학센터 전임연구원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 등을 제정하며 북한 청년 세대의 사상 이반을 막아보려 하고 있지만 유학생들이 외부 문물을 접하는 것까지 제한하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최선경 이화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학센터 전임연구원 :북한에 들어오는 불법 PC 게임들이 있겠지만 제한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외국에 나가면 또 폭넓게 접할 수 있으니까 눈이 트이고 과몰입하게 되는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또 북한 출신 유학생들이 게임에 중독됐다며 중국 SNS에 공유된 사진과 영상이 높은 조회 수와 이른바 ‘좋아요’ 수를 기록한 것에 주목하며 이는 중국인들이 어떠한 시선으로 북한 유학생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소에 좀처럼 마주치기 어려운 중국 내 북한 유학생, 특히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난 북한 유학생의 일상에 대한 호기심 등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최선경 이화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학센터 전임연구원 : '중국에도 북한 유학생이 있구나, 신기하다' 이런 호기심 어린 시선도 있을 겁니다. 또 중국 내 북한 유학생의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을 텐데 '공부보다 게임을 좋아한다, 조선 사람이 중국 가서 한국 걸그룹 영상을 본다'는 것은 정형화된 이미지에 벗어난 것이고 이런 부분들이 중국에서 소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에 더해 북한 유학생들이 외국산 전자기기, 최신 게임 등 북한에선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중국에서 처음으로 접하는 모습을 공유하며 다소 위계화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