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2017년 미국의 북한 여행 금지조치 발효 직전에 마지막으로 북한을 다녀온 미국인이 자신의 북한 여행 경험을 토대로 바라본 남북 분단의 현실을 다큐멘터리 즉, 기록영화로 제작해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5년 전인 2017년 8월26일부터 3박4일 간 북한을 방문해 평양과 개성, 비무장지대 인근을 여행한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의사 알리 카림 씨.

카림 씨가 북한에서 돌아오고 이틀 뒤인 9월1일부터 미국민을 대상으로 한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발효됐습니다.
미국정부는 당시 자국 대학생 오토 윔비어가 북한 여행 중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엿새만에 숨지자 처음으로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이를 매년 1년씩 연장하고 있습니다.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민의 북한 관광이 재개되지 않으면서 카림 씨를 포함한 8명의 외국인들은 북한을 방문했던 마지막 여행객들로 남아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인 카림 씨의 눈에 비친 북한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카림 씨가 당시 북한을 방문해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남북한 분단의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 ‘국경은 없다’(Borderless)에서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15일 미국 버니지아주 알링턴 공립도서관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기자와 만난 카림 씨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공개한 이유에 대해 “베일 뒤에 숨겨진 북한 주민들을 통해 북한의 진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카림 씨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북한의 주민들이 미국 유명 영화배우 톰 크루즈나 가수 등 미국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이 돈이 없는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고 밝혔습니다.
카림 씨 : 그들은 돈이 없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상점에 갔을 때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이 굉장히 비쌌는데, 안내원들에게 들어보니 북한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과 매우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어떤 상품은 저조차 구입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쌌기에 그 부분이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또 카림씨는 북한 여행 가이드들은 물론이고 한 북한 군인이 전쟁이 아닌 평화와 남북통일을 원한다고 말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도 핵을 포기하거나 통일을 원할 것 같냐는 질문에 카림 씨는 “그가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방어적 성격에 가깝기 때문에 포기할 것 같지 않다”며 “그는 자신만의 나라를 갖는 것을 즐기고 있기에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카림 씨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상황 등으로 대중들이 더 이상 북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며 “북한과 미국 사이에 더 나은 대화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카림 씨 : 사람들은 이제 북한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것이 북한 주민들을 더 빈곤하게 하고 그들의 권리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당신들을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항상 여러분들을 생각하고 있고, 언젠가 여러분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한편 카림 씨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학생이었던 2005년, 비영리기구(NGO) ‘글로벌샤우트’(GlobalShout)를 만들어 전 세계를 다니며 고아와 난민 등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8월에는 남북통일에 기여하고자 한국을 방문해 한국전쟁 이후 수십년 간 헤어져 있는 남북 이산가족들의 만남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이상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