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북 실상 알리는 기록영상물 상영 줄이어

0:00 / 0:00

앵커 : 남북, 미북 협상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북한 인권과 생활 실상을 알리는 다양한 다큐멘터리, 즉 기록 영상물들이 잇따라 소개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에 대한 고발부터 탈북 여성과 중국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제3국 청소년의 이야기, 북한의 의료제도까지 그 주제도 다양합니다. 김소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18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조지타운대학의 한 극장에서는 탈북자에 대한 다소 특별한 기록영화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일반 탈북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탈북 여성과 중국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나 국적이 없이 살아야 했던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경계에 선 아이들’(Children on edge)이 상영된 겁니다.

이 기록영화의 주인공으로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는 21세 김예림 씨는 이날 행사를 찾아 어머니가 북송돼 친척들 손에 자라야 했던 어린 시절, 10살 때 한국으로 갔지만 한국말과 문화를 알지 못해 적응하지 못하고 이방인처럼 지내야 했던 지난 날들의 애환을 전했습니다.

김 씨는 “중국인도, 북한 사람도, 한국 사람도 아닌 나를 ‘짝퉁’이라고 놀리는 것이 가장 상처가 됐다”며 “앞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나와 같은 제3국 탈북 청소년들을 돕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이 기록영화를 제작한 한국의 민간단체 ‘세이브NK’에 따르면 현재 김 씨와 같이 중국인과 탈북자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중국에 3만명, 한국에 1,500명 정도 거주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부터 미국 동부 지역에서 순회 상영되고 있는 ‘경계에 선 아이들’은 2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마지막으로 상영됩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자리에서 탈북자 인권에 대해 외쳤던 지성호 씨의 이야기 역시 미국의 ‘스먹 미디어’(Smock Media)에 의해 기록영화로 제작돼 올 연말 다국적 언어 자막과 함께 선보여질 예정입니다.

20세기와 21세기 사회주의 국가에서 인권 침해를 당한 각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위트니스, 즉 목격자 프로젝트’(Witness project)라는 단편 영화 시리즈로 제작해 온 ‘스먹 미디어’는 그 여섯 번째 주인공으로 탈북자 지성호 씨를 선택했습니다.

3년 전 오슬로 자유포럼에서 연설한 지 씨를 만났던 스먹 미디어 대표는 올초 지 씨의 탈북 이야기와 북한 인권 상황을 알리는 기록 영상물 제작을 권했고, 지난 여름 촬영된 이 영상물은 올 연말 공개될 예정입니다.

지 씨는 10분 정도 분량의 이 영상물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언론이나 TV를 통해 보여지는 북한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버리고, 인권과 자유 없이 살아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알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지성호 씨 : 북한에 김정은과 그를 추종하는 일부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99%의 북한 주민들은 인권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것을 막고 가리려고 하지만 이제 이것이 알려져야 된다는 생각이고요. 이제 북한 주민들의 삶이 이렇다는 것이 전 세계에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한편 이달 29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는 북한 내부의 실상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 북한의 열악한 보건 및 의료제도를 알리는 기록영상물(The Gathering Health Storm Inside North Korea) 상영회와 함께 전문가 토론회가 개최됩니다.

이 자리에는 샤넬 마리 홀 유니세프, 즉 국제아동기금 부국장과 그 동안 20차례 가까이 북한을 방문해 의료 봉사를 해온 키 박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 교수 등이 참석해 급속하게 붕괴되고 있는 북한의 의료 체계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