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남녀 주민들 속에서 선글라스, 즉 색안경 착용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새해 첫날 김부자 동상에 꽃바구니를 증정하는 행사에 선글라스를 낀 채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일 “요즘 남자는 물론 여자들까지 색안경(선글라스)을 쓰고 다니는 게 하나의 유행으로 되고 있다”며 “오늘(1.1) 있은 동상 꽃바구니 행사에 색안경을 끼고 나온 청년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오늘 오전 종업원 전체가 김일성, 김정일 모자이크 벽화에 꽃바구니를 증정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젊은 남자 여러 명이 색안경을 쓰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상과 벽화에 꽃바구니를 증정하는 행사는 (주민들 속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로 인정되는데 여기에 색안경을 쓰고 참가하는 건 건방진 것을 넘어 수령에 대한 자세와 입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낙인될 수 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걸 가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당황한 초급당비서가 ‘동상 꽃바구니 행사에 색안경을 쓰고 참가하면 어떻게 하는가’라며 안경을 벗으라고 소리쳤다”며 “비슷한 일이 한두 번 있은 게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출퇴근 때는 물론 일할 때도 색안경을 쓰는 남자들이 있으며 일부 종업원들이 아침 조회 에 색안경을 끼고 참가해 지배인이 색안경을 모두 벗으라고 한적이 몇 번 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색안경을 쓰는 젊은 남자들은 ‘김정은도 국가 행사에 색안경을 쓴 채 참가하고 연설까지 하는 데 내가 색안경을 쓴 게 무슨 잘못인가’라는 심산인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관련기사>
[ “정주년 아닌데 왜?” 김씨 일가 ‘동상’ ‘벽화’ 보초 세우라 지시Opens in new window ]
[ 북, 김씨 일가 ‘정성작업’ 참여율로 학생 평가Opens in new window ]
이와 관련 양강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2~3년 전만 해도 색안경은 사치품으로, 남자에게만 한정된 것으로 인식되었다”며 “그러던 색안경이 지금 하나의 멋(유행)처럼 너도나도 쓰는데 이는 사실 김정은이 퍼뜨린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전에도 사람들이 색안경을 전혀 쓰지 않는 건 아니지만 보통 바닷가나 강가에서 해수욕을 하거나 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이 어디 놀러갈 때를 비롯해 햇빛이 쨍쨍한 여름에만 쓰는 정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여자가 색안경을 쓰고 다니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색안경을 쓰고 출퇴근하는 남자도 흔치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자들이 색안경을 쓰고 길거리를 다니는 건 보통이고 여자들도 색안경을 쓴다”며 “길거리는 물론 시장에 가면 여성 장사꾼이 색안경을 쓴 채 물건을 파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런 변화는 김정은으로부터 시작되었다”며 “김정은이 어린 딸과 함께 가죽 코트에 색안경을 쓰고 등장하거나 심지어 국가 행사에 참가해 색안경을 낀 채 연설하는 모습 등이 텔레비죤과 기록영화를 통해 자주 방영되면서 청년들과 주민들이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아마 간부들은 일반 주민이 색안경을 쓰고 다니는 걸 못마땅해 할지도 모른다”며 “일부 젊은 사람들이 정중한 자세로 참가해야 할 행사나 모임에까지 색안경을 쓰고 나오는 경우 이를 막을 명분이 신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