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진단

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미국과 중국, 남한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지난 1년 동안 북한 핵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무척 애를 썼습니다. 올해 9월 북한은 미국 측과 관계정상화 실무회의를 열고 2007년 안에 핵시설 불능화와 핵목록 신고를 완료하기로 합의했었습니다.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핵목록 신고라는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진 못했습니다. 양성원 기자와 함께 2008년 새해 북한 핵문제의 앞으로의 전망 중심으로 알아봅니다.

양성원 기자, 앞서 말씀드렸지만 역시 북한의 핵목록 신고가 올해 미완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내년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남한에 새로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다는 것이 변수인데요. 이명박 남한 대통령 당선자의 북한에 대한 시각, 핵문제에 대한 시각, 어떤 것입니까?

양성원 기자: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명박 당선자가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의 색깔을 잘 표현하는 말로 실용주의를 꼽을 수 있구요. 이 사람 자체가 경영인 출신의 경제인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남한 국민들로부터 대통령으로 뽑혔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남한 국민들이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남한 경제를 살려달라, 또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그런 취지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무래도 이명박 씨는 북한 관련 문제를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씨의 당선 후 행보에서도 이를 알 수 있는데요. 지난 목요일에 서울에서는 이명박 새 정부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출범했는데 이명박 씨는 민생경제 살리기가 1순위라는 말을 했고 당선자로서 첫 만남은 전경련 대기업 총수들이었습니다.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도 이 점을 크게 강조했습니다. 잠시 기자회견 내용 들어보죠.

이명박: 국민들 다수께서 여러 복합적인 요구사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다수의 국민들은 첫번째로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이 큰 요구라는 것을 저 자신도 경선과 본선 거치며 알고 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됨으로써 기업인들의 투자 환경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양성원 기자: 이명박 당선자의 말을 들어보면 북한 핵문제를 남한 경제 살리기 보다 더 우선 순위에 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또 이 당선자가 북한 핵문제나 대북지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면 이는 경제를 살려달라고 이명박 씨를 대통령으로 뽑은 남한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당선자의 기자회견에서 들으니까 북한이 핵을 먼저 폐기해야 제대로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그렇다고 북핵문제를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겠죠?

양성원 기자: 네, 이명박 당선자는 대북지원과 관련한 원칙을 얘기했는데요. 이른바 ‘인도적 상호주의’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하면서도 김대중, 노무현 전 남한 정부처럼 북한에 대가 없이 퍼주지는 않는다고 것입니다. 이명박 씨가 말하는 대북지원의 조건은 북한이 핵을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구요. 또 눈여겨 볼 점은 노무현 정부와는 다르게 북한 인권개선이라는 조건도 달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북한 입장에서 봤을 때 상당한 압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잠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기자회견 내용 들어보죠.

이명박: 앞으로 핵 문제 원만히 해결되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북한 사회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지적은 할 것이다. 인권도 역시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아마 북한도 그런 점에 있어서는 이해하는 수준으로 바뀌어야 하고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과거정권이 북한에 대한 비판을 삼가하고 북한의 비위를 일방적으로 맞추는 것은 변화가 될 것이라 말씀 드리고 싶다.

양성원 기자: 북한이 이명박 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 열흘이 되도록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는 주 이유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이러한 입장 때문인 것으로 풀이가 됩니다. 물론 이명박 당선자가 북한 핵문제를 덮어주고 가자는 것은 아니구요. 핵폐기는 북한이 주도적으로 해야지 핵폐기를 유도하자고 아무런 조건 없이 북한에 퍼주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앞으로 이 점에 대해 남한과 미국이 협의나 조정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새로 들어설 이명박 남한 정부의 입장은 과거 남한 정권의 대북지원 정책과는 분명히 차별화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내년 들어서도 북한의 정확한 핵목록 신고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요.

양성원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현재 북한 핵목록 신고에 있어서 두 가지의 초점은 북한의 핵능력과 핵이전 관련 의혹을 깨끗하게 규명하는 것입니다. 핵기술 이전에 대해서는 북한과 시리아의 핵협력 의혹이 규명되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입니다. 또 북한의 핵능력과 관련해서는 핵폭탄을 만드는데 쓰이는 농축 우라늄을 과연 북한이 만들었는지, 만들었다면 어디에 있는지 또 어디에 사용했는지 등을 밝혀야 하는 것입니다.

아울러서 우라늄 농축을 위한 장비인 고강도 알루미늄관과 원심분리기의 존재 여부와 또 사용처에 대한 규명도 필요합니다. 북한은 현재 농축 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은 북한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미국은 정확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다만 완전하고 정확한 북한의 핵목록 신고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도 북한이 핵목록에 신고해야할 대상입니다. 북한은 현재 30킬로그램 정도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고 이는 미국이 추산하는 약 50킬로그램 보다는 적은 것입니다. 하지만 플루토늄을 그 사용처를 확인하고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신고 양과 추정치가 차이가 나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핵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지금 북한이 핵목록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주춤하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양성원 기자: 북한이 지금 농축 우라늄 존재 여부와 원심분리기 사용 여부 등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북한 체제 안전보장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에도 새해에는 대선 정국이 들어서고 새 대통령 선거가 있는 만큼 지금의 부시 행정부로부터 안전보장을 받는다해도 이것이 미국의 새 정권에서도 이어질 지 여부를 의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남한에도 앞서 말씀드린 대로 새로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대북정책을 가늠하고 분석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고 북한 스스로의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곳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북핵신고는 새해에도 그리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는데요. 맨스필드 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대표의 말입니다.

고든 플레이크: 가장 중요한 것은 완전하고 정확한 핵목록 신고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핵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문제들은 해결되기가 어렵고 다시 경제난 등 위기가 올 수 있다.

결국 북한 핵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인가요?

양성원 기자: 최악의 경우라면 그런 상황도 상정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기에는 비록 핵신고가 제대로 안됐다하더라도 너무 벌써 멀리 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핵문제는 일정기간 조정기를 거쳐 정체된 상태로 머물면서 다른 방향성을 찾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가지 더 북핵문제에 대한 어려움은 6자회담의 구성체가 존속될 지의 여부도 상당히 불투명하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북핵문제의 새해 전망을 어둡게 하는 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년 2월 평양공연에 큰 기대를 갖는 것도 이같은 북핵문제 관련 상황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반증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북핵문제와 관련해 큰 성과를 얻지 못한 부시 행정부가 일단 문화적 교류를 앞세워 북한으로부터 오는 위험성을 감소시켰다는 성과를 선거를 앞둔 미국 국민들에게 홍보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문제가 종결되지 않는다면 이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상당한 짐이 될 것임이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