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띄우고 화면만 멍하니’ 북한식 인터넷 사용법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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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학생이 컴퓨터 책상에 앉아 인터넷을 '사용하는 척' 하는 2013년 제작된 다큐멘터리의 일부분이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뒤늦게 화제입니다. 이를 본 사람들은 "북한에도 인터넷이 되는 것처럼 연출한 것이다", "너무 웃기다"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북한의 한 컴퓨터 연구실에서 한 남성이 구글 검색창을 띄워놓은 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영상.

지난 3월 사회 관계망 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된 이 짧은 영상은 2013년 첫 공개된 다큐멘터리 ‘은둔의 왕국’(‘The Hermit Kingdom’)의 일부분입니다.

전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과 기자들이 2013년 당시 북한을 방문해 촬영한 영상으로 제작한 작품인데, 해당 부분은 외국 손님들이 북한의 대학교를 방문해 곳곳을 둘러보는 장면입니다.

이 영상은 현재 1천500만 조회수를 달성하며 화제가 됐습니다.

다큐멘터리 ‘은둔의 왕국’(‘The Hermit Kingdom’)은 당시 현장을 그대로 설명합니다.

[The Hermit Kingdom] 여느 대학교의 실습실과 비슷해 보였지만 이내 완전히 고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판을 치지도 않고 마우스 클릭도 안 합니다. 구글 홈페이지를 보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지만 그는 아무것도 검색하지 않고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북한은 인터넷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 구글에 접속할 수 없는데, 구글 검색창만 바라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은 마치 연출된 모습처럼 어색합니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뒤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유학했던 평양 출신 김금혁씨는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사람들은 인터넷의 존재를 거의 모른다” 말했습니다.

김금혁 씨: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요. 옛날에 윈도우즈98이나 윈도우즈2000 이런 거 깔면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가 밑에 있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게 뭔지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지금은 크롬(Chrome)을 많이 쓰지만 옛날에는 그냥 익스플로러 창을 띄우고 막 인터넷 서핑을 했잖아요. 근데 이제 북한은 그걸 누르면 아무것도 없는 '빈 페이지입니다'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이게 무슨 기능이냐 라고 물어보는 학생들이 꽤 있었어요 컴퓨터 시간에. 그러면 선생님들이 "그건 여기서는 쓸 수 없는 기능이다" 뭐 이런 식으로(말하곤 했어요).

김금혁 씨는 또 “북한에 인터넷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자유롭게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금혁 씨: 김일성 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종합대학 같은 경우에는 전자도서관이 있거든요. 그 전자도서관 안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방이 따로 있기는 해요. 인터넷을 사용은 하는데 매우 제한적이고 사용 허가를 받는 게 참 쉽지 않다고 제가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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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성통만사’가 지난해 말 공개한 북한 내 인터넷 사용 실태를 다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인터넷 접속 승인 절차가 적어도 열흘에서 보름 정도 걸리고, 검색을 통해 찾은 자료도 당국의 검열 이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또 “한 명의 사서가 두명의 인터넷 사용자 사이에 앉아 양쪽 사람들이 무엇을 검색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한다”며 “5분마다 화면이 자동 정지되고 사서가 인터넷 사용을 위해 지문 인증을 해줘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대담에서 “북한 정권이 숨기는 정보들이 주민들에게 유입되면 북한은 하루 아침에 무너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류현우 전 대사: 북한 내에서는 인터넷 사용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습니다. 북한이 모든 자료 유입의 자체를 다 차단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지금도 차단하고 있는 것이고요. 일반인들이 이런 내용을 접하기는 것은 정말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보가 유입되면 북한 정권은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지기 때문에 이걸 계속 막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