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새해 신년사를 모든 주민들이 집단으로 시청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이 직접 발표한다기에 특별한 내용을 기대했던 주민들속에서 실망감만 더 커졌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를 즉각 전달하고 모든 주민들이 학습하도록 비상대책 상무까지 조직했다고 여러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신년사’를 시청한 소감을 그 자리에서 발표하도록 하는가 하면 여맹조직들을 중심으로 ‘신년사’에 대한 소감문까지 적어 바치도록 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해를 맞으며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의 소식통은 “12월 31일 오후에 ‘신년사’를 조직적으로 시청할 데 대한 지시가 각 공장, 기업소들에 내렸다”며 “애초 ‘공동사설’이 아닌 ‘신년사’로 지시가 내려 김정은이 직접 출연한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지시문에서 기존처럼 ‘새해공동사설’이라고 하지 않고 ‘신년사’라고 명백히 밝혔기 때문에 김정은이 직접 출연할 것을 모든 주민들이 알아차렸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신년사’를 모든 주민들이 시청하도록 하기 위해 철도를 제외한 모든 공장, 기업소들의 전력공급을 임시로 중단하고 주택의 전기를 보장했다”며 “도당에는 신년사 보급과 학습을 위한 대책상무까지 조직됐다”고 언급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의 ‘신년사’가 실린 신문들을 즉각적으로 배포하기 위해 각 도당과 해당지역 군부대들이 대기상태에 있었고 일부 열차운행이 불가능한 구간들은 자동차와 헬리꼽터(헬기)까지 동원해 신문을 날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양강도 소식통은 “신년사가 방송된 직후 그 자리에서 노동자들에게 시청소감을 발표하도록 했다”며 “여맹(여성동맹)에서는 초급단체 별로 소감문을 써서 바치도록 해 여맹원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여맹원들은 소감문을 써서 바치라는 지시에 “여맹위원장네 집에 휴지가 없는 모양”이라고 비꼬는가하면 “‘공동사설’이 나올 땐 이러지 않았는데 너무하다”며 ‘신년사’의 조직적 시청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많았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한편 소식통들은 김정은 제1비서의 ‘신년사’에 대해 부정적 견해들을 내놓았습니다.
양강도의 소식통은 “신년사를 들은 사람들이 김정은이 도대체 몇 살이냐고 몹시 놀라는 모습”이었다며 “아직 너무 어리다는 느낌을 주어 주민들의 신뢰가 무너지는 역효과를 불러 올 수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함경북도의 소식통들은 “발음도 정확치 못했고 원고를 읽는 자세가 단정치 못해 인민들을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김정은이 직접 출연한다기에 특별한 내용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별 것이 없어 실망감만 더 커졌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