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0대 노인에 “김정은 찬양곡 맞춰 춤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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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지난 4월, 김정은 총비서를 찬양하는 '친근한 어버이'를 발표한 이후 거리마다 이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는데요, 최근 공원에서 민요에 맞춰 춤추던 70, 80대 노인들에까지 '친근한 어버이'를 틀고 춤추라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4월, 처음 공개된 노래 ‘친근한 어버이’는 김정은 총비서를 “위대한 령도자”, “친근한 어버이”로 칭하는 내용의 곡으로 대표적인 김정은 찬양노래입니다. 발표 이후 매주 학습, 강연회 시작에서 이 노래를 부르게 하고 방송차가 거리를 돌며 하루 종일 노래를 틉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10일 “이달 들어 당에서 ‘친근한 어버이’ 노래를 보급하는 데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연령과 관계없이 전체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제 보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5월 초, 김기남(전 당선전선동비서) 사망에 맞춰 3일을 쉰 것을 빼고는 4월부터 지금까지 매일 귀에 못이 박히게 이 노래를 듣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요즘은 중앙의 지시에 따라 도내의 각 공장, 기업소, 학교, 단위, 인민반에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기회가 될 때마다 이 노래를 부르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4월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찬양하는 뮤직비디오 형태의 새 선전가요 '친근한 어버이'를 공개했다.
선전가요 '친근한 어버이' 지난 4월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찬양하는 뮤직비디오 형태의 새 선전가요 '친근한 어버이'를 공개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이런 가운데 최근 주민들의 빈축을 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양강도 혜산시에는 연로 보장(은퇴)을 받은 노인들이 모여서 여가를 즐기는 장소가 있습니다. 일명 ‘양강도 역사교양마당’으로 불리는 이 공원은 주변의 은퇴한 노인들이 모여서 증폭기에 민요를 틀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추고 운동을 하는 여가 장소입니다.

소식통은 “며칠 전 역사관리소 관리원이 공원서 울리는 민요를 꺼버리고 노인들에게 ‘친근한 어버이’를 틀도록 지시했다”면서 “증폭기를 통해 울리는 민요에 따라 추던 춤을 멈추고 원수님(김정은)을 칭송하며 춤을 추라고 강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관리소의 처사에 노인들은 춤추던 것을 멈추고 거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면서 “하나둘 다 빠져나간 빈 공원에 ‘친근한 어버이’의 노래가 울려 퍼지면서 노인들로 흥성이던 공지는 삽시에 썰렁하게 변해 버렸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정도면 70대, 80대 노인들이 아들뻘인 40대의 김정은을 ‘친근한 어버이’로 부를 것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라면서 “이제는 날이 밝으면 모이던 노인들의 모습을 더는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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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12일 “요즘 당에서 새 노래 ‘친근한 어버이’를 대중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면서 “전당, 전군, 전민을 대상으로 보급하라는 것이 당의 지시”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선대 김일성과 김정일 때도 당국이 나서서 보급하는 대표적인 찬양 노래가 있었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더 강제적으로 보급하는 것 같다”면서 “당시에도 가끔 방송차에서 노래를 틀긴 했지만 지금처럼 학습, 강연회 시작마다 매번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노인들에까지 강요하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밤이 퍽 깊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쪽잠과 줴기밥’이 대표적인 찬양곡으로 볼 수 있습니다.

소식통은 “1990년대 중반 대량 아사 사태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 시기보다 지금이 더 막막하게 느껴진다”며 “사람들이 지도자에 대한 어떤 희망도 없는데도 노래를 통해 ‘친근한 어버이’로 눈과 귀, 입에 익히도록 강요당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공급 시기에는 국경과 도시를 넘나들며 생계형 장사라도 할 수 있었지만 장마당 장사도 막고 단속과 통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된 요즘, 주민들의 불만은 가중되고 반대로 노랫소리는 더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친근한 어버이’는 2021년 광명성절 기념 공연에서 선보인 김정일 찬양곡 '친근한 이름'을 개사한 것으로 2024년 4월 16일 평양 화성지구 2단계 준공식 보도 영상에서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지은입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