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PCR 설비 개발, 백신도입 지연 만회위한 내부선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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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코로나19, 즉 코로나 비루스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유전자증폭(PCR) 실시간 검사설비를 개발했다고 밝힌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내 백신(왁찐) 도입이 늦어지자 내부 선전을 위해 해당 소식을 보도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23일 북한 국가 과학원의 연구성과를 소개하며 과학원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실시간 PCR(유전자증폭 실시간 검사) 설비를 개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전자증폭 실시간 검사설비는 코로나19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를 판별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장치로 검사 결과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의 에드윈 살바도르 평양사무소장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세계보건기구는 언론 보도 외에 해당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WHO is not aware of this, except for media reports.)

그러면서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 보건성의 요청에 따른 기술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WHO continues to provide any technical support requested by the Ministry of Public Health, DPR Korea, to support the country on COVID-19.)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대변인도 이날 검사설비와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 질의에 "현재 유니세프는 공유할 정보가 없다"고 전했습니다. (UNICEF has no information to share at the moment.)

이와 관련해 일부 북한 의료 전문가들은 북한의 유전자증폭 설비 개발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고 백신(왁찐) 도입이 늦어지자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의식해 내부 선전용으로 관련 소식을 보도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국가적 과학 연구시설이 유전자증폭 검사설비를 개발하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해당 사실을 북한 관영매체에 보도한 것은 선전용 목적이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북한은 나름대로 지금 백신이 여의치가 않고…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열쇠인 백신이 없기 때문에 북한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국가 기관인 연구소에서 개발했다는 걸 홍보할 필요가 충분히 있었다고 보고 있어요.

그러면서 해당 보도는 장기화된 코로나19 현상에 따른 주민들의 코로나 피로 현상을 환기시키려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안경수 센터장은 이어 유전자증폭 설비 개발과 보급은 별개의 문제라며, 더 저렴한 비용으로 중국이나 러시아산 진단 설비를 이용할 수 있다면 자체 개발 설비 대신 해외에서 도입한 설비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영전 한양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도 23일 한국의 시민평화포럼이 주최한 정책포럼에 참석해 북한의 유전자증폭 설비 개발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설비 개발보다 결국 백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는 북한에 총 500만 회분에 달하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배정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해당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 마틴 맥키(Martin McKee) 교수는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언론 보도에 기초해서 이야기하기는 불가능하다"며 해당 설비에 대해 진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0일 발표한 주간 상황보고서를 통해, 이달 12일 기준 북한 당국이 보고한 코로나19 확진자는 한 명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서 지금까지 총 3만6천626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했으나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설명입니다.

이달 5~12일 사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679명 중 108명은 독감과 비슷한 질환이나 중증 급성 호흡기 감염증 환자였으며 571명은 보건의료 종사자였다고 전했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