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두 차례에 걸친 공연이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내렸습니다. 북한 예술단이 정치적 색채를 배제한 공연을 펼쳤다는 게 한국 내 전반적인 평가지만 북한이 이번 공연을 통해 교묘하게 체제 선전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평창에서 목용재 기자가 북한 공연·예술 전문가인 강동완 동아대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목용재 : 교수님 안녕하세요.
강동완 : 네. 안녕하세요.
목용재 : 북한 예술단의 강릉과 서울, 두 차례 공연이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북한 예술단의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강동완 : 김정은이 평창에서 '음악 폭탄'을 터뜨렸다고 평가합니다. 많은 언론은 북한 공연단이 정치적 색채를 배제하고 남한을 배려했다고 평가하지만 북한은 치밀한 전략을 통해 의도한 성과를 거뒀다고 보고 있습니다.
목용재 : 이번 두 차례 공연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곡은 모두 빠졌다는 게 한국 정부의 평가입니다. 강 교수께서는 이번 공연에서 정부가 북한 예술단의 체제선전, 정권 찬양 등의 노래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고 지적하는데요.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강동완 : 김정은 시대의 성과, 체제 선전이 담긴 곡을 북한이 이번 공연을 통해 가사 없이 연주했습니다. 또한 기존 음악 선곡 사이에 체제 선전곡을 교묘하게 끼워 넣었었습니다. 북한의 선전·선동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대표적인 문제곡은 '달려가자 미래로'인데요. 이 곡은 북한 예술단이 핫팬츠를 입고 춤을 추는 곡입니다. 이를 보고 북한이 변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북한에 자본주의가 확산된 사례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곡은 김정은 성과를 자랑하는 대표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노래는 북한이 8.25 경축 52주년을 기념하면서 개최한 모란봉악단의 화선 공연에서 처음으로 소개됐습니다. 북한에는 6.25 전쟁 당시 서울에 처음으로 입성한 '류경수 제105 땅크사단'이라는 부대가 있습니다. 이곳을 김정일이 1960년 8월 25일에 방문하게 되는데요. 그날을 선군 영도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50년 지난 2010년 8월 25일을 선군절로 지정하는데 그날을 축하하는 화선공연에서 '달려가자 미래로'가 연주됩니다. 이 노래는 광명성 발사 축하공연, 당 창건 70주년 축하공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 기념식 등 북한의 성과를 자랑하는 가장 대표적인 곡으로 사용됩니다. 3절 가사에는 '노동당 세월 위에 금별로 새기자'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노동신문 2014년 3월 28일자를 보면 이 노래에 대해서 '천출위인을 높이 모신 사회주의 내 조국의 밝은 앞날에 대한 확신을 생기발랄한 음악 형상에 담은 곡이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논란이 된 가사를 개사하는 등의 방식으로 공연을 진행했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강동완 :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는 곡은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이라는 노래입니다. 서울 공연에서는 현송월이 독창한 곡입니다. 공연 전 이 곡을 부를지 여부를 두고 북한과 한국 정부 간 실랑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은 이 곡의 가사를 바꿔 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통일은 우리민족끼리'라는 가사도 바꿔서 불렀다고 하지만 사실은 '태양조선 하나 되는'이라는 부분을 '우리민족 하나 되는'으로 바꾼 것입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강조했던 '우리민족끼리'라는 정치적 메시지가 오히려 강조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사를 바꿨다고 해서 북한이 한국을 배려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목용재 : 과거 모란봉 악단이나 청봉악단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무대 장치, 혹은 무대 배경으로 활용한 적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된 곡들이 혹시 이번 두 차례 공연에도 포함됐습니까?
강동완 : 북한이 관현악 메들리, 한국 사람들 귀에 익숙한 클래식이나 팝 종류의 노래를 스무 번 이상 연속 연주하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마지막에 '빛나는 조국'이 연주됐습니다. 김정은 시대 성과라고 한다면 광명성 4호 발사나 화성 14, 15형 발사를 꼽을 수 있는데요. '빛나는 조국'은 이같은 김정은 시대의 성과를 자랑하는 곡입니다. 북한은 한국 사람들 귀에 익숙한 '오페라의 유령'이나 '백조의 호수' 등 약 20곡의 세계 명곡을 연주한 뒤 마지막에 이 곡을 끼워 넣어 메들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때 관람객들이 많은 박수를 치기도 했는데요. 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축하하는 선전곡에 박수를 친 겁니다. 특히 이 곡이 불린 공연이 2013년 1월 1일 모란봉악단의 신년 경축 공연인데요. 당시 무대에 은하 3호 모형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공연 한 시간 동안 무대 배경으로 김정일이 핵무기, 미사일과 관련한 현지지도 장면이 나왔습니다. 김정은이 미사일과 관련해 현지지도 했던 장면도 나왔습니다. 심지어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까지 무대 배경에 등장했습니다. 결국 북한의 이같은 선곡은 아주 치밀하게 계획 아래 이뤄진 겁니다.
목용재 : 북한 예술단이 'J에게',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등 한국 곡도 많이 불렀는데요. 북한의 이같은 선곡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강동완 : 북한 공연단이 한국 가요를 불러서 정치적 색채를 배제하고 화합의 무대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사실 이번 예술단 공연에서 나온 남한 노래들은 북한에서 어느 정도 허용된 노래입니다. 북한에서 '계몽기 가요'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 노래이고 김정일이 특히 좋아했던 노래들입니다. 북한 예술단이 한국에 와서 한국 노래를 부른 것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목용재 : 이번 삼지연관현악단의 한국 공연, 북한은 자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강동완 : 북한은 이미 삼지연관현악단 공연뿐 아니라 김여정의 방한, 응원단 등 모든 것들이 김정은 큰 시혜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예술단 공연도 성황리에 개최됐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예술단이 한국에서 공연한 북한 노래 제목 등은 노동신문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남한 노래는 '남조선 노래를 불렀다'고만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은 자신들이 '큰 시혜를 베풀어줬다', '남한에서 (우리의) 음악 포성이 울렸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북한은 철저하게 선전 선동의 일환으로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 네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