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평양을 제외한 지방의 의약품 부족사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약을 구하기 어려운 일부 지방에서는 성분도 모르고 효과도 엉터리인 가짜약이 성행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30일 “당국이 국가예비전략 약품을 풀어 코로나에 대응한다며 요란하게 떠들고 있지만 지방은 여전히 의약품이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라면서 “이틈을 타고 요즘 가짜약이 성행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며칠 전 인민반장이 구역에서 내려온 통보라며 요즘 가짜약이 돌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의 회람을 매 세대마다 돌렸다”며 “내 주변에도 가짜약을 사먹고 피해를 본 사람이 여럿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돌고 있는 가짜 약은 코로나 감염과 관련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아스피린, 파라세타몰 등 해열진통제와 종합비타민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며 “같은 직장의 친구가 몸에 열이 있어 시장에서 파라세타몰을 구입해 이틀간 먹었으나 전혀 효과가 없었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친구가 사 먹었다는 가짜 약을 보니 포장도 그럴 듯 하고 알약 한쪽면에 외국 글자가 새겨져 있는 등 제약공장의 설비를 사용해 만든 것으로 보였다”며 “이전부터 약장사꾼들이 제약공장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고 야간에 공장 설비를 빌려 남들 모르게 가짜 약을 제조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전국이 코로나로 인한 봉쇄조치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되다 보니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도 만약을 생각해 해열제나 진통제 등 비상약품을 장만해 두려 한다”며 “해열제와 진통제 같은 대중약이 절대 부족한 것을 기회로 한동안 즘즘(잠잠)했던 가짜약이 다시 등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약은 먹어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고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포장된 제품을 그대로 믿고 사는 것인데 요즘은 모든 약을 살 때부터 의심하게 된다”며 “당국이 지방에 사는 인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관심이 없다 보니 지방 주민들은 이런 가짜 약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대홍단군의 한 주민 소식통도 30일 “최대비상방역체계가 실행되면서 감기약을 비롯한 대중 약품을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며 “읍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교통도 불편한 농촌 마을들에서는 출처불명의 가짜약을 구입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주 우리 마을에 온 행방꾼(돌아다니며 물품을 파는 사람)에게서 동네 사람들이 아스피린을 비롯한 여러가지 약을 구입했다”며 “감기증상이 있는 한 사람이 약을 먹어도 아무런 효과가 없어 자기가 산 아스피린과 종합비타민을 진료소 의사에게 보여주었는데 의사가 깨물어도 보고 불에 태워도 보더니 종합비타민 알약이 비타민의 독특한 맛이 전혀 나지 않고 아스피린도 굉장히 땅땅한(딱딱한) 게 밀가루로 만든 가짜약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내가 산 아스피린과 다른 약 모두 포장에 제약공장명이 제대로 밝혀져 있고 알약 모양도 진짜와 똑같이 생겼다”며 “가짜약을 산 것을 알게 된 동네 사람들은 약재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삼양환, 우황청심환 같은 고려약(한약)은 신뢰하지 않아도 유엔약(국제기구 원조약)이나 외국약은 믿고 샀는데 이제는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나라에서 약품을 정상적으로 공급하면 이런 일이 발생하겠냐”면서 “밑에서 다 알아서 섬겨주는 간부들은 가짜약을 접할 일도 없겠지만 일반 주민들은 돈을 주고도 엉터리 약을 사서 먹어야 하는 이 상황에 정말 억이 막힌다(억장이 무너진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