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밀문건, 전화번호 책

북한에서 기밀문서로 취급되는 전화번호 책을 남한의 북한 인권단체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가 입수해 최근 공개했습니다. 380쪽 분량의 이 책은 북한의 전국 전화번호를 한데 묶어서 2002년에 펴낸 것입니다.

북한 전국 전화번호 4만개 한 권에 목록

남한이나 외부세계에서는 전화번호부를 일반에게 나눠주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가정에 배치하고 기관이나 사업체 개인 등의 전화번호를 알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비밀문서로 취급하고 있다고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김윤태 정책실장은 말합니다.

“관리 주체가 분명히 있습니다. 이름이 새겨져 있거든요. 그만큼 북한에서 관리를 치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전화번호부에 이름이 박혀 있어요. 맨 뒤표지 부분에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북한의 전화번호 책은 앞표지 좌측 상단에 비밀이라고 찍혀 있고 위성 송신탑과 자동차, 컴퓨터, 그리고 휴대전화기의 사진이 도안돼있습니다.

표지 넘기면 전화예절 관련 김정일 김일성 지시문

남한에서는 전화 가입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16개의 시와 도별로 전화번호부가 각각 제작이 돼서 발간이 되지만 북한에서는 대략 4만개의 전국 전화번호가 한권으로 묶여있습니다. 또한 북한에서는 남한처럼 전화번호를 가입자 성명을 가나다순으로 수록하고 있지 않은 것도 차이점입니다.

“처음 표지 넘기면 전화예절과 관련된 김정일 지시문과 김일성 지시문이 따로따로 나와요. 그 이후는 지역별 교환수들의 안내 전화번호와 지역별 목차가 나오죠. 그리고 지역별, 부분별로 지역 기관들이 분류되는 방식으로 나오고, 마지막에 한국 전화번호부처럼 필요한 번호를 적는 빈공간이나 구체적으로 전화번호부 사용하는 내용이 조금씩 나옵니다.”

김윤태 실장은 95년 입수한 북한 전화번호부와 이번에 입수한 것을 비교해 보면 북한 체계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일차적으로 98년 헌법개정 이전에 인민무력성이었던 것이 인민무력부로, 사회안전부였던 것이 인민보안성으로 바뀌었고, 재정부였던 것이 재정성으로 된 것으로 볼 때 개편된 국가기구 체제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7.1일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근로자들의 임금이나 물가를 관리하고 전담하는 부서가 새로 신설된 것 또 새로운 체계 내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죠.”

군사 정보기관 전화번호는 빠져 있어

하지만 북한 전화번호 책에는 일반 행정조직과 각급 단체는 대부분 수록돼 되어 있지만 군사, 정보기관 등 특수기관의 전화번호는 빠져 있습니다. “전화번호부 책 뒤에 보면 전화번호부에 등재하기를 원하지 않을 경우 비공개 신청을 요청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런 전화번호부 제작과정이 있고.”

지난 2004년 3월에 남한에 입국한 탈북여성 박은희 씨는 북한에서는 전화가 보편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화번호 책을 이용하는 것도 무척 까다롭다고 말합니다.

“아무나 못보고 우편국 그러니까 북한의 체신소라고 하는데 거기 소장이나 관청에 있는 사람이나 보지... 내가 혜령에 살았는데 그곳에서 평양에 전화를 하고 싶지만 전화번호를 모르겠으면 체신소에 가서 소장을 만나 뇌물을 좀 주고 책을 보고 ... 전화가 기업소 마다 전부 있는데 기업소에서도 장사하는 사람들이 어디 출장을 갔다거나 전화번호를 분실 했을 때 체신소에 가서 전화를 하죠.”

일반 주민 전화번호 책 있다는 것도 몰라

박씨는 자신도 우연한 기회에 전화번호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전화번호 책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제 친구가 평양에 시집이 있습니다. 시아버지가 보위부에 있어요. 그런데 이 친구의 남편이 갑자기 아파서 평양에 전화를 해야겠는데 어떤 사람이 우편국에 가면 전화번호 책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그날 가서 전화를 하고 왔습니다.”

박 씨는 자신도 혜령에 살면서 나진 선봉의 운수대 사업소에다가 전화를 많이 했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경비원한테 뇌물을 줘야 했다면서 하지만 실제 사용한 뒤에 통화료는 개인 사용자에게는 부과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2002년 북한 전화번호 책에는 북한내부에서는 직통전화가 아닌 교환수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시외전화를 위한 도.시.군 지역번호 즉, 방향번호를 말해주는 지역별 교환수 번호가 등재돼 있습니다.

이진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