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대 유희장, 외화부족 놀이기구 노후”

MC: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만경대 유희장을 허술하게 관리한 간부들을 이례적으로 크게 질책했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했는데요, 탈북자들은 외화 부족 때문에 유희장의 노후상태가 말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평양 만경대유희장을 둘러보고 유희장 관리일꾼들을 엄하게 질책했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북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1비서는 심하게 깨진 유희장 구내 도로를 보고 “도로관리를 잘하지 않아 한심하다”고 지적했는가 하면, 칠이 베껴진 유희기구들을 보고는 “인민에 대한 복무정신이 령이 아니라 그 이하”라고 간부들을 질책했습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현지 시찰을 하면서 간부들을 심하게 질책한 내용을 북한 매체가 보도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평양 출신의 한 고위층 탈북자는 “김정일의 경우, 현지지도 대상을 미리 정해놓고 사람들을 동원시켜 풀을 뽑게 한다, 기계에 도색칠을 새로 한다면서 며칠 전부터 준비를 철저히 시키는데, 김정은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비판하는 것까지 보도한 것은 분명히 다른 점”이라고 구별했습니다.

김정은 1비서의 현지시찰 방식은 자신이 롤 모델(본보기)로 삼고 있는 할아버지 김일성 전 주석과 비슷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에 방영된 김 1비서의 모습은 60~70년대 김 전 주석처럼 밀짚모자를 눌러썼는가 하면, 인민복 단추를 모두 풀어헤치고 뒷짐을 지고 걷는가 하면, 허리를 굽혀 풀을 뽑는 등 비슷한 동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8년까지 평양에서 살았던 이 탈북자는 “그렇다고 만경대 유희장 간부들이라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만경대 유희장에 있는 관성열차 등 유희설비들은 모두 외국에서 수입한 것들인데 외화가 있어야 설비를 보수하고 갱신할 수 있지 않겠는가”면서 “고난의 행군 때 외화가 부족해 놀이기구들이 심하게 노후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유희 설비들에 칠하는 도색감 마저 다 외국에서 들여와, 적어도 4~5년에 한 번씩 칠해줘야 하지만, 외화가 없어 기구에 녹이 슬고, 고장이 잦아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아 썰렁했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에는 유희장 관리원들도 먹고 살기 어려워 유희장안에 콩과 옥수수 등 곡물을 심었다는 것입니다.

평양시민들은 매해 4~5월이 되면 만경대 생가(김일성 생가)를 방문하고, 만경대 유희장에 들려 놀고 가는 게 하나의 일상이었습니다.

또 다른 평양 출신의 탈북자는 “북한 유희장은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놀이기구를 이용하는 가격도 매우 싸다”면서 “국가 투자가 없이는 운영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요즘 북한이 개선청년공원이나 릉라 유원지 등 신종 놀이공원들을 새로 건설하면서 기존에 세워진 유희장에 대한 투자도 거의 없다”면서 “김정은이 아마 북한에서 제일 먼저 생긴 대성산 유원지에 가보면 더 한심한 상황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