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북 가능성 이번에도 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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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방북 제안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교황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합니다.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방북을 제안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

이와 관련해 한국 청와대는 교황이 "(북한 측이) 초청장을 보내주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고 했다고 밝혔지만 미국 조야에선 교황의 방북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국경 봉쇄를 완화하는 조짐이 있긴 하지만 교황의 방북은 더 큰 사안인 만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교황을 초대하는 것에 있어 매우 신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가 북한 내부 문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킹 전 특사의 설명입니다.

킹 전 특사: 교황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황은 (북한 내에서) 종교의 자유와 활동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면 북한에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북한 측은 이를 체제 정당성 홍보에 활용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킹 전 특사는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있고 북한 내 인권 상황이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은 만큼 정당성 홍보에도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정권의 경우 종교를 미신으로 보는 '김일성주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교황을 초청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는 교황의 방북 자체만으로 북한 내 종교의 자유를 가져올 순 없다며 교황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북한에 억류된 한국 선교사와 종교활동으로 수감된 북한 주민의 석방, 정치범 수용소 등 북한 내 수감시설에 대한 국제기구의 접근 허용 등을 촉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은 모두 6명으로, 지난 2013년에서 2014년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가 억류됐으며,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민 3명이 2016년부터 강제로 억류돼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교황이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활동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교황청 공보실은 교황의 방북 가능성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3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10월 면담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북한 방문을 제안했지만 그의 방북은 아직 성사되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서재덕,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