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뉴스분석] 코로나로 문 닫은 북한이 교황에 빗장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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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녕하십니까. 토요일 격주로 보내드리는 'RFA뉴스분석' 시간입니다. 지난 2주간 RFA 한국어서비스에서 다뤘던 굵직한 북한 소식, 영향력을 미쳤던 RFA 뉴스 보도들을 그 뒷이야기와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앵커: 양성원 기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양: 안녕하십니까.

앵커: 지난 2주간 북한 관련 뉴스들 가운데 우선 눈에 띄는 건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방북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소식인데요.

양: 지난달 29일 이탈리아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그의 방북을 거듭 제안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한국 청와대 측은 교황이 "(북한 측이) 초청장을 보내주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프란치스코 교황은 3년 전에도 북한에 갈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그의 방북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양: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0월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김정은 총비서가 교황을 북한에 초청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전했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북이 '가능하다(available)'라고 답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 후 북한 측은 정식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고 교황의 방북은 아직까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엔 북한이 과연 초청장을 보낼까요? 또 문재인 정부는 왜 그렇게 교황의 방북에 집착하는지 궁금합니다.

양: 하나씩 답해보자면, 일단 북한이 조만간 교황에게 초청장을 보낼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코로나 방역에 여전히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 최소 수십명의 수행원들과 함께 방북할 교황의 입국을 용인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이구요. 또 북한 당국은 교황이 자칫 북한 내 인권유린 문제라든지 종교탄압 문제를 갑자기 거론하기라도 한다면 매우 난처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교황이 다녀가면 북한 내 천주교 신자가 크게 늘 수 있다는 북한 당국의 우려도 있을 수 있는데요. 평양에도 천주교 성당이 있긴 하지만, 외교관이나 사절단, 관광객을 상대로 한 대외 선전용이라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 문재인 정부 산하 통일연구원이 지난 7월 발간한 '2021 북한인권백서'에도 북한 당국은 종교 관련 행위를 체제전복 행위로 간주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4일 "북한이 결단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정부가 교황의 방북 여건을 만들어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왜 그런 건가요?

양: 일각에서는 교황의 방북을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한번 더 남북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이른바 '애피타이저'(식욕을 돋구기 위한 전채) 격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문 대통령은 일단 지난달 말 교황과의 면담에서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평화 (구축)의 모멘텀(추동력)이 될 것"이라며 방북을 권유했습니다. 이인영 장관도 4일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가 "전 세계인의 축복과 응원 속에서 확고한 평화 정착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교황의 방북이 남북대화와 미북협상의 돌파구가 되길 바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교황방북과 종전선언 추진, 또 최근 재차 거론된 남북산림분야 협력 사안 등까지 모두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에 냉각된 남북관계를 어떻게든 진전시켜보기 위한 이른바 대북 '러브콜'(구애공세)의 일환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북한 측은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행태에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습니다.

앵커: 여하간 만약에라도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김정은 정권이 원하는, 어떤, 북한체제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양: 그런 지적도 일리가 있습니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북한 측은 이를 김정은 독재체제의 정당성 홍보에 활용하길 원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킹 전 특사의 말을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킹 전 특사: 교황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황은 (북한에서) 종교자유와 활동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면 북한에 가지 않을 것입니다.

킹 전 특사는 최근 북한이 다소 국경봉쇄를 완화하는 조짐을 보이긴 하지만 교황의 방북은 더 큰 사안인 만큼 교황 초대에 대해 매우 신중할 것이라면서 김정은 정권은 교황 방북보다 아직은 코로나발 경제난 등 북한 내부 문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문재인 한국 정부도 추상적인 '한반도 평화정착' 등을 거론하면서 교황의 방북 자체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적자들을 구출하는데 교황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던데요?

양: 네 그렇습니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기독교 선교사 3명을 비롯해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적자들의 석방을 위해 교황이 영향력을 발휘해 세계적 종교 지도자의 지위와 사명에 걸맞는 행보를 보여줄 것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교황의 방북과 북한 내 종교자유 신장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면서 만일 교황의 방북이 실현된다면 그가 반드시 북한에 억류된 한국 선교사들과 종교활동으로 수감된 북한 주민들의 석방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참고로 현재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적자는 모두 6명으로, 지난 2013년에서 2014년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가 억류됐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민 3명이 2016년부터 강제로 북한에 억류돼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이제 잠시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불법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지속해 온 북한 측이 최근 한국은 핵무기를 자체 개발하거나 보유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내놔 일각에선 '내로남불'의 전형이란 지적이 나왔는데요.

양: 북한 청취자분들도 대부분 아시겠지만 '내로남불'은 한국에서 많이 쓰는 말인데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뜻으로 최근 북한 측이 자주 거론하는 '이중기준'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북한 측은 예를 들면 한국도 하는 탄도미사일 개발을 왜 북한은 못하냐며 이러한 '이중기준'을 철폐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대부분 답을 아시겠지만 굳이 질문에 답을 하자면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면서, 즉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라 용납이 안되고, 반면 한국은 그런 제재를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탄도미사일 개발이 가능한 것이라고 답을 드릴 수 있습니다.

앵커: 여하간 북한 측이 한국발 핵확산 가능성을 우려했다고요?

양: 그렇습니다. 우선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 2일 최근 한국 내에선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 옹호론에 대한 비난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 위험하고 안보를 오히려 해치는 행동으로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확산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논의할 가치가 없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외교적 고립과 안보위기만을 자초하는 자살행위와 같은 행동이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평들이 나오고 있다는 게 그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는 거군요.

양: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보유에 맞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최근 주장한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들이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비판한 건데요. 불법적으로 핵을 개발한 김정은 정권이 한국의 핵확산을 우려하는 것은 '웃기는 (comical)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다트머스대 국제학부의 제니퍼 린드(Jennifer Lind)와 대릴 프레스(Daryl Press) 두 교수의 말인데요. 이들은 북한이 한국 측에 지역내 핵확산의 불안정한 효과를 가르치려는 생각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반도 (북쪽을) 핵무장시킨 건 북한이고 북한의 이런 선택 때문에 지금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입니다. (The idea of North Korea lecturing Seoul about the destabilizing impact of nuclear proliferation in in the region is comical. It was North Korea, after all, that nuclearized the Korean Peninsula. Pyongyang's choices led to the decisions that South Korea faces today.)

앵커: 그렇군요. 양성원 기자 잘 들었습니다.

앵커: 지난 2주간 RFA 한국어서비스에서 다뤘던 주목할 만한 북한 뉴스들을 소개해드리는 'RFA 뉴스분석'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기자 양성원,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