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20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입니다. 오늘은 '10대 뉴스'의 첫번째 시간인데요. 목용재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먼저 준비해온 자료부터 들어보시죠.
앵커: 오늘은 2020년 남북관계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지난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북관계는 큰 진전이 없는데요. 한국 정부가 북한에 지속적으로 교류, 협력을 제안하고 있음에도 남북 간 냉각기가 이어지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올 한 해 동안 한국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활발했던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북한 당국에 여러 교류, 협력 방안을 제안했는데요. 북한은 이 같은 제의에 도발과 무대응으로 응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를 시작으로 북한에 다양한 제안을 해왔는데요. 지난 1월 7일 문 대통령의 발언 들어보시죠.
문재인 한국 대통령(지난 1월 7일):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는 남북이 한민족임을 세계에 과시하고 함께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도쿄올림픽 공동입장과 단일팀을 위한 협의도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 도쿄올림픽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스포츠 교류를 시작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라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면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앵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스포츠 교류 외에 제안한 것은 뭐가 있었나요?
기자: 문 대통령은 신형 코로나가 확산되자 북한에 보건, 방역 협력을 제안했습니다. 지난해에도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바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북한과 공동대응하며 교류의 면적을 넓히려는 의도가 있었던 겁니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북한에 보건 협력을 제안했고 1차 남북 정상회담 2주년을 맞은 4월에는 남북이 신형 코로나와 관련해 현실적인 협력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9월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서는 북한이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 보건협력체'까지 제안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도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방역 협력 등을 꼽고 있습니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가장 방역협력 필요로 하는 것은 북한입니다. 신뢰만 보장이 된다고 하면 북한도 마다할 이유가 없겠죠.
앵커: 올해 한국 정부가 북한에 꾸준히 협력을 제안해왔는데, 북한의 반응은 없었습니까?
기자: 북한은 한국 정부의 제안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대북전단을 구실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사상 초유의 도발을 일으켰습니다. 올해 초부터 북한의 대남 비난 수위가 높아져왔는데요. 결국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지난 6월 한국 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거론하며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고 남북 간 모든 통신선들을 차단했습니다. 이어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고 실제 북한 당국은 지난 6월 16일 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이 같은 초유의 사태에 한국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는데요. 당시 한국 청와대 입장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유근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지난 6월 16일): 한국 정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합니다. 북한이 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한국 정부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앵커: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판문점선언의 결과물로 탄생한 시설인 만큼 해당 사건은 한국 국민들에게 큰 충격이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남북정상 간 합의의 이행을 보여준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시설이었죠.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4월 열린 1차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서인 판문점선언에 따라 개소됐습니다. 남북 간 상시 소통을 위해 2018년 9월에 개소됐는데요. 21개월만에 자취를 감추게 된 셈입니다. 사실 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연락사무소는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 소장 회의는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고요. 남북 접촉 자체도 뜸해졌습니다. 지난 1월 30일부터는 신형 코로나의 여파로 한국 측 인원이 전원 철수하면서 연락사무소의 가동이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이곳에서 지난 2018년에는 327회, 2019년에는 607회에 걸쳐 접촉해왔습니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한 행위는 지난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의 후속 조치로 채택된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에 저촉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해당 합의서 2조에 따르면 남북은 각자의 지역 안에서 법령에 따라 상대방 측의 투자자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판문점선언을 위반했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해당 사건 이후 한국 내 정치권, 민간단체들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일제히 북한의 행위를 비판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행위에 대해 한반도 평화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한국의 야당들도 일제히 북한을 비난했습니다. 민간 단체들도 북한의 행위를 비판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지금까지 모든 입주 기업들에게 남북 간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해준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는 것은 북한이 한국의 현 정부와 더 이상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표현을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이는 정말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 북한이 남북관계의 어떤 책임을 문재인 대통령이나 한국 정부에 씌우려고 하는 것인데 대북전단을 구실로 삼은 것이잖아요.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는 전단 때문에 현 상황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으니 그런 부분이 걱정됩니다.
앵커: 북한이 이 같은 고강도 도발을 감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어떤 분석들이 나왔나요?
기자: 물론 김 부부장이 대북전단을 문제 삼았지만 민족공조를 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보다 근본적인 이유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 6월 17일 김여정 부부장이 내놓은 담화에서 북한은 한미실무그룹을 남북관계 파탄의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대북제재로 인해 악화될 수 있는 주민들의 동요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한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에 교류, 협력 등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서해에서 한국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 군인에 의해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한국 정부는 북한에 지속적인 협력과 교류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23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동북아시아 방역, 보건협력체와 함께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1월 제주포럼 기조연설을 통해서도 동북아시아 방역, 보건협력체를 재차 제안하기도 했고요.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청와대가 남북 정상들이 지난 9월 주고받은 친서를 공개한 바 있지만 덕담을 나눈 수준이었습니다. 교류, 협력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습니다. 연락사무소 폭파 사건 이후 취임한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교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도 공동경비구역(JSA)에 대한 남북 간 자유왕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한국 측 JSA 지역에 대한 견학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벌일 계획인데요. 이 같은 한국 정부의 노력이 북한의 호응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목용재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의 2020년 10대 뉴스 1편, 유화 제스쳐에 연락사무소 폭파로 응답 '박살난 남북관계' 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거침 없는 북 '코로나 청정지대' 주장에도 여전한 '확진 0' 미스터리 편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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