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RFA 10대뉴스] ③ "김정은 무사한가?" 신변이상설에 김여정 후계구도까지 한바탕 소란

0:00 / 0:00

앵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20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자유아시아방송10대 뉴스'입니다. 오늘 '10대 뉴스' 세 번째 시간은 김소영 기자와 함께합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네, 준비해온 자료를 먼저 들어 보시겠습니다.

앵커) 지난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김정은 건강이 이상하다, 심지어는 사망했다는 추측설로 전 세계가 떠들석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이 4월 11일 공식 활동 이후 5월 2일, 북한 관영매체에 재등장하기까지 20여일 동안 모습을 감추면서 김 위원장의 신변을 두고 추측성 보도들이 쏟아져 나온건데요.

이런 가운데 미국 CNN 방송이 4월 21일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보도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습니다. CNN은 김 위원장이 "흡연·비만·과로로 인해 이달 12일 심혈관계 시술을 받고 현재 별장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KBS방송 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수술을 받은 뒤에 중대한 위험에 처해있다', 미국 CNN방송의 이 보도로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특히 당시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으면서 신변이상설에 힘을 실었습니다.

앵커) 이후 미국을 비롯해 세계 언론들은 각종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 건강이상설'에 대한 보도들을 앞다퉈 내놨는데요.

기자) CNN 방송의 첫 보도 이후 미국 NBC방송은 여러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최근 심혈관 수술을 받아 며칠 간 대중의 눈에서 벗어나 있었음을 미 정보기관 보고서가 보여줬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 같은 정보가 김 위원장이 정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이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의료 전문가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을 살펴보고 조언해주기 위해 방북길에 올랐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통신은 소식통 중 2명으로부터 대북 정책을 주관해 온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간부가 이끄는 의료진이 베이징에서 북한으로 떠났다고 밝혔다며 구체적인 근거까지 제시했습니다. 반면 김 위원장에 대한 추측성 보도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취한 곳도 있는데요. 미국 폭스뉴스는 복수의 정보 소식통이 북한이 공개적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사실 여부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김 위원장 위중설에 대해 주의를 촉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무수한 추측성 기사들이 나오고 있을 때 한국과 미국 정부 반응은 어땠나요?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활동에 나서기 전까지 김정은 건강이상설에서 사망설까지 떠도는 동안 북한에서 어떠한 입장이나 보도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시시각각 상황을 주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확실한 정보가 나오기 전까지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 특별한 동향은 관찰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한국 MBC 방송 뉴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한 질문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이 없고, 북한 내부에 특이동향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CNN 보도 당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무도 보도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잘 있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안보보좌관 역시 "미국은 김 위원장의 건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와 관련해서는 보도 내용 이상의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인물이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었는데요. 김여정 후계자설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기자) 당시 한국과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유고시 그 후계자로 여동생 김여정이 유력하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했던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캐서린 보토 연구원은 김여정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습니다. 보토 연구원은 북한에서 여성 지도자가 나온 적은 없지만 유일한 김씨 가문의 혈통이고, 김 위원장의 자녀들은 아직 너무 어리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미국 언론들 역시 김여정 제1부부장을 '북한 정권의 심장부에 있는 인물'로 북한 체제를 이어갈 유일한 후계자라고 평가하면서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긴급 최고지도자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는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 부차관보 역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 최근 몇년간 외교 전면에 자주 등장하는 등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단기적으로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지금 현재로서는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수 년간 김정은 위원장이 여동생을 당, 정의 주요 요직에 임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수업을 받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김여정 제1부부장이 여러 중책을 수행해 왔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여성으로서 유교적인 북한에서 지도자로 등극하는 데 대한 거센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놓았습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김여정 외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삼촌 김평일 전 체코주재 북한 대사의 후계자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김평일이 변방에 머물러있고, 북한 정치 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백두혈통' 남성이라는 이유로 후계자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는 추정을 내놓은 겁니다.

앵커) 한창 소문만 무성하던 김정은 위원장이 20일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 또 한번 전 세계를 놀라게 했죠?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20여일만인 5월 2일, 북한 매체를 통해 전날인 노동절 순천인비료공장의 준공식에 참석하는 모습으로 깜짝 등장해 그 동안 무성했던 소문들을 일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온라인 사회관계망 서비스, 트위터에 "나는 그가 돌아온 것, 그리고 건강한 것을 봐서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공개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 김일성 주석 생일에 시신을 참배하지 않은 데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았는데요.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19, 즉 코로나비루스 감염 예방 차원이나 치료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고영환 연구위원: 한국 정부가 밝힌 것처럼 그가 건강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신형 코로나에 고위간부들이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위대인 '974군부대'에 전염병이 퍼졌고 이를 우려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방 특각에 피신했을 가능성입니다. 또 다른 한가지는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나타났던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과 손목이 많이 부어 보였고, 한쪽 다리를 끄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점으로 보아 때 김 위원장이 실제 아파서 진찰을 받았을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등장한 장소가 비료공장인 점을 두고도 관심이 집중됐는데요. 많은 언론은 인민 생활을 신경 쓰는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하고, 코로나 19로 힘든 상황에 놓인 북한 주민들을 다독이기 위해 민생과 직결되는 비료 공장을 골랐다는 해석을 주로 내놨습니다.

앵커) 김 위원장의 상태를 두고 추측성 내용들이 과열 양산되면서 탈북자 출신 한국 국회의원들이 대국민 사과까지 하는 해프닝도 있었죠?

기자) 지성호 의원과 태영호 의원이 김 위원장의 건강악화설, 심지어 사망설에 대해 거의 확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김 위원장이 재등장하면서 사과를 한 것인데요. 지성호 의원은 김 위원장 등장 하루 전 "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며 사망 시점까지 언급하며 곧 북한의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태영호 의원은 미국 CNN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상태와 관련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정은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라고 언급해 건강이상설에 힘을 실었습니다. 김정은 관련 소식이 매우 예민한 사안인 만큼 이들의 발언에 일부 '무책임하다'는 비판과 함께 대북정보력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목소리들이 나왔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전 세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김정은 건강이상설' 덕분에 올해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김정은'이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고요?

기자) 세계적인 인터넷 검색 사이트인 구글은 2020년 한해 미국인들이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에 이어 '김정은(Kim Jong Un)'을 가장 많이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현직 미 대통령이자 또 다든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1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인데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검색은 4월 CNN방송의 김정은 건강이상설이 보도된 직후 폭증했습니다. 당시 미국인들은 '북한 지도자 사망(North Korea leader died)'이나 '뇌사(Brain death)'와 같이 추측성 내용들을 많이 검색했습니다. 또 앞서 얘기한 것처럼 김 위원장 유고시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된 '김여정'이 북한 관련 인기 검색어로 올랐습니다. 북한과 직접적인 정치 · 외교관계가 없는 캐나다와 뉴질랜드, 필리핀에서도 김 위원장이 올해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앵커: 김소영 기자, 수고했습니다.

기자: 네, 고맙습니다.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의 2020년 10대뉴스 3편 '김정은 무사한가? 신변이상설에 김여정 후계구도까지 한바탕 소란' 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태풍, 코로나, 제재 삼중고에 북 주민들 뭘 먹고 사나' 편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