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20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뉴스'입니다. 오늘 '10대뉴스' 네 번째 시간은 홍승욱 기자와 함께합니다.
앵커: 홍승욱 기자, 그러면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네, 준비해온 자료부터 들어보시겠습니다.
앵커: 오늘 주제가 악화되고 있는 북한의 식량난인데요.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아무래도 올해는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올해는 코로나19, 그러니까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이죠. 여기에다 지난여름에는 태풍으로 인한 수해까지 북한을 덮쳤는데요.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월 말 국회에서 한 발언을 들어보시죠.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지난 10월): 올해 신형 코로나 상황도 있고 수재나 태풍 피해 등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내년 봄을 지나면 조금 힘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습니다.
내년 봄을 기점으로 북한의 식량난이 심해질 것이라는 게 이인영 장관의 전망이었습니다. 이 장관 뿐 아니라 북한 문제를 다루는 정부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겪고 있는 경제난, 또 그로 인한 식량난이 내년에는 더 심화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앵커: 뉴스만 봐도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는데, 내년에는 더 심해진다고요? 전문가들은 어떻게 설명을 하고 있지요?
기자: 네, 이번에는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임형준 한국사무소장이 이달 초 한 토론회에서 한 말을 들어보시죠.
임형준 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장(지난 8일 '2020 대북협력 국제회의'): 세계적으로 위급한 수준으로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가 올해 초 1억 3천여만 명에서 내년 초에는 2억 7천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대단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임 소장 역시 내년 초를 가리키면서 신형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기아가 전 세계를 덮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요. 그러면 지금도 어려운 북한의 식량 사정도 당연히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장호 통일국제협력팀장은 같은 토론회에서 내년 3~4월이라는 구체적인 때를 북한의 식량난이 심화되기 시작할 시기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최장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지난 8일 '2020 대북협력 국제회의'): 아마 내년 3~4월이면 부족한 식량수입 감소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확연히 나타날 것입니다. 내년 3~4월이 북한 경제의 중대한 기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최장호 팀장은 식량 수입량의 감소를 북한 경제난, 식량난의 원인으로 들었네요. 아무래도 신형 코로나 사태 때문이겠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한은 신형 코로나가 발생하자마자 올해 초, 1월부터 북·중국경을 일찌감치 봉쇄해 버렸는데요. 열악한 보건의료환경에서 감염병을 최대한 막아보려는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신형 코로나 유입을 막는데는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국경을 통해서 물자를 이동시켜야 하는 무역에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무역협회가 중국의 해관총서 등을 토대로 해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북·중 무역 규모가 166만 달러, 역대 최저치로 나타났는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99.4%가 줄어든 것입니다. 1~10월을 통틀어도 작년 대비 76% 감소했고요. 북한의 무역이 사실상 '멈춰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앵커: 국경을 막았으면 밀무역도 불가능한 것 아닌가요? 그럼 장마당도 많이 위축됐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경제에 그나마 완충 작용을 해온 것이 장마당이었는데, 국경이 막히면서 상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니까 기능이 많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인데요.
저희 자유아시아방송(RFA)도 북한의 국경도시들이 봉쇄돼서 식료품 가격이 급등했다거나, 북중 국경지대에 있는 장마당에서 중국산 공산품 공급이 크게 줄었다는 소식 등을 전한 바 있습니다.
앵커: 국제 구호단체들이 북한 내에서 벌이던 구호활동도 거의 멈춘 상황이라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신형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이로 인해 이들 단체의 북한 내 활동이 크게 제한되면서 영·유아나 어린이, 임산부 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던 구호활동도 멈춰 선 상태인데요. 최근 북한에 상주하던 유엔이나 국제 구호단체 직원들이 거의 다 북한을 빠져나왔다는 해외 언론들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앵커: 이번엔 지난여름 태풍, 홍수 피해 이야기를 해보죠. 피해가 굉장히 컸다고 알고 있는데, 식량 사정에 영향을 많이 미쳤을까요?
기자: 이미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해 북한에 식량이 136만 톤이 부족한, 10년 사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평가했는데요.
여기에 신형 코로나 사태에 이어서 지난여름 8호 태풍 '바비'와 9호 태풍 '마이삭', 10호 태풍 '하이선'까지 잇달아 북한을 덮치면서 큰 피해를 줬습니다.
또 북한의 식량 생산량마저 감소했는데요. 한국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촌진흥청은 지난 18일 올해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이 5% 정도, 특히 쌀 생산량은 10% 가까이 줄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영화 농촌진흥청 국제기술협력과 연구관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영화 농촌진흥청 국제기술협력과 연구관: 올해는 쌀 생산량이 202만 톤 정도로 추정되는데요. 기본적으로 불량한 기상조건 때문입니다. 일사량이 적었고, 8~9월에 특히 태풍 피해로 평야지대에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쌀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인 '지구관측 글로벌 농업 모니터링 그룹'(Group on Earth Observations Global Agricultural Monitoring, GEOGLAM)도 지난 9월 낸 보고서를 통해서 최근 북한의 연이은 폭우와 홍수로 주요 쌀 생산 지역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올해 북한의 식량안보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앵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북한 식량난이 올해도 문제지만, 내년에는 더 심각해질 것 같네요.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하지만 북한은 신형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국경 봉쇄를 여전히 풀지 않고 있고요. 국제사회의 지원도 아직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국회에서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국경 봉쇄에 그치지 않고, 외화물자가 주로 오가는 지역에선 도시 봉쇄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20일부터는 평양까지 봉쇄됐다고 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조미료와 설탕 등 식료품값은 4배나 치솟았고, 산업가동률도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는 것이 국정원의 분석입니다.
북한의 태도가 이렇다보니, 한국 정부도 지난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진행하기로 했던 쌀 5만 톤 대북 지원 사업을 결국 중단하기로 결정한 상황이고요.
여상기 한국 통일부 대변인(지난달 30일): 그동안 WFP를 통해서 쌀 5만 톤을 대북 지원하기로 추진해 왔는데 현재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WFP와 사업관리비 1,177만 불을 환수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북한의 식량난이 당분간 계속 악화될 것으로 볼 수밖에 없겠어요.
기자: 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최장호 통일국제협력팀장은 최근 북한의 올해 식량과 의료용 자재 수입을 통틀어 평년 대비 40%정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북한이 비축미 등을 이용해서 버티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폐쇄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 같다는 분석인데요.
다만 최 팀장은 현 상황이 버틸 만 하다고 판단했더라도 이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결국 북한의 식량난을 완화시키려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앵커: 홍승욱 기자 잘 들었습니다. RFA자유아시아방송의 2020 10대 뉴스 네 번째 시간, '''태풍, 코로나, 제재' 삼중고에 북 주민들 "뭘 먹고 사나"'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대북 전단살포에 철퇴, 북 주민 '알 권리'도 가격"편을 보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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