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MC: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MC: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올해 남북관계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북한의 강경 회귀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올해 남북관계를 한번 정리해보죠?
기자:
네. 방금 말씀하신대로 올 한해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아 왔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닌데요. 이명박 정부는 과거 10년간 대북정책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적 입장에서 대북 정책을 수립했습니다.
'상생.공영'정책이라는 이름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른바 '퍼주기식'의 일방적 지원에서 탈피하고 국제 공조 아래 북핵 진전에 연계해 남북관계를 추진해 나갔습니다. 아울러 납북자, 국군포로 송환문제와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이명박 정부의 구상을 정면으로 비판했는데요.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남북기본합의서를 강조한 다음 날 북한은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의 남측 당국자를 추방하는 것으로 대남 공세를 시작했고, 곧이어 당국 간 대화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또한 4월 17일 이 대통령이 '워싱턴 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두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같은 달 26일 노동신문을 통해 이 제안을 일축했습니다.
이후 남북관계는 6.15, 10.4 선언을 이행하는 문제를 둘러싼 지루한 신경전 양상으로 전개되다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을 계기로 파국으로 치달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바로 금강산 관광을 즉각 중단하고 현장조사를 통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등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일체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약 4개월간 남북관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 확산, 민간단체의 대북 삐라 살포, 유엔 대북 인권 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등 이슈를 거치며 살얼음판을 걸었습니다.
특히 북한의 '12.1 조치' 시행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으며, 현재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개성공단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기상황에 빠졌습니다.
MC:
북한의 '12.1 조치' 시행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는데, 당시 북한이 내세운 '12.1 조치'의 이유는 뭡니까?
기자:
네, 북한이 12.1 조치를 단행한 것은 직접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 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통일'을 거론한 것이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한 것이고요. 또 한 가지 삐라 살포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였습니다.
여기에 한국 정부가 공동 발의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이 때마침 11월 22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것도 결과적으로 북한의 강경 조치를 재촉한 측면이 있습니다.
MC:
12.1 조치로 인해 남북교류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겼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이 있었죠?
기자:
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북한의 12.1 조치로 개성관광 및 경의선 철도 운행이 중단 됐고, 남북경협협의사무소 폐쇄, 그리고 개성공단 상주인력 감축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개성공단 사업건을 제외한 모든 남북간의 인적 왕래를 원칙적으로 전면 차단한 조치였습니다.
비록 물자수송 및 수송 관련 인원의 왕래는 선별 허용키로 했지만, 12.1 조치들은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한 남북간 기존 교류협력이 중단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MC:
'12.1 조치'가 시행된 지 16일 만인 지난 17일 북한 군부가 실태 조사를 명목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돌아가지 않았습니까. 그 실태 조사로 북한이 또 다른 제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기자:
먼저 한국의 통일부는 북한이 개성공단 운영에 제한을 가하는 추가적인 압박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북측의 12.1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김영철 국장 일행이 개성공단을 방문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7일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김호년: 금번 방문의 목적은 북측에서 밝힌 그대로 실태 조사였다. 조치 이후에 진행 상황의 평가이지 새로운 추가적인 조치를 하기 위한 사전 조사가 아니고 사후 영향 평가가 아니냐…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문가들도 이번 방문이 추가 조치를 위한 사전 조사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로는 12.1 조치를 취한 지 한 달도 채 안됐다는 점, 그리고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미국의 오바마 정부와 새로운 협상을 위해선 남북관계 악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꼽았습니다.
그러나 몇몇 전문가들은 2단계 대남 압박조치를 위한 계획된 수순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김영철 국장이 개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재 남북관계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면서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인과의 이틀째 면담에서 밝혔습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6.15와 10.4 선언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습니다.
북한 군부의 개성공단 방문의 주목적이 남한의 6.15 공동선언 이행을 비롯한 남한 정부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남한 정부가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북한의 추가적인 대남 압박 조치가 예상된다는 설명입니다.
MC: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남북관계 경색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데요. 실제로 사업운영에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요?
기자:
네, 무엇보다 개성공단의 미래가 극히 불투명해짐에 따라 현재의 88개 입주 기업들이 이미 받아 놓은 주문량이 취소돼 경영상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말까지 입주할 예정으로 공장을 짓고 있는 50여개 업체들 역시 입주 여부를 재검토해야할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입주 기업들은 이미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공장을 짓고 있는 업체들은 불확실한 남북관계 전망 속에 입주를 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개성공단에 진출해 공장 준공을 앞둔 한 기업인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기업인: 3월말까지 완공해준다고 했는데요. 이게 자꾸 계속 늦어지니까 계약서를 다시 5월말로 두달 늦춰서 다시 계약을 했어요. 자꾸 그러니까 우리 그냥 놀고 앉아서...
하루 통행횟수가 종전 19회에서 6회로 줄어들고 매회 통행시 인원은 150명, 차량은 250대 이하로 제한되는 한편 개성내 건설업체의 상주 인력이 대폭 감축됨에 따라 무엇보다 공사를 마무리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또 다른 기업인은 "개성공단이 폐쇄될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이 계속 흘러나오면서 은행에선 대출금을 갚으라는 독촉성 전화가 수시로 걸려 온다"며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MC:
사업 운영이 이 정도로 어렵다면 개성공단을 철수하는 기업들이 속출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맞습니다. 금년에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건설한 20여개 기업들 가운데 이미 몇몇 기업들이 공장 설비를 완전히 철수하고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남북경협시민연대 김규철 대표는 19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전화통화에서 "기업들은 자금 문제로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렇게 될 경우 내년 봄부터는 사업을 접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규철 대표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김규철:
내년부터는 벌써 인건비 걱정해야 할 상황이고, 내년 봄 이전에 많은 입주 기업들이 부도 위기에 처하지 않을까 전망을 하고 있어요.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요즘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2차 추가 조치에 대한 북한 당국의 움직임은 없지만, 북한 군부가 17일 "12.1 조치는 일시적이거나 상징적인 조치가 아니다" 라는 발언을 함으로써 통행 문제가 더 강화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의 무책임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입니다.
홍익표: 기숙사 문제가 해결이 안되니까 북한도 노동력 공급이 안되는 겁니다. 해줄 수도 없고요. 물리적으로요.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지난 합의 사항에 대한 남한 정부도 책임이 있죠. 북한 정부도 물론이거니와요. 결국 약속 이행을 하지 않으므로써 중간에서 기업들만 골병 드는 겁니다.
결국 북한만을 탓하기에는 개성공단 기업들의 사정이 너무나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MC:
지난달인가요. 북한이 개성공단을 축소하고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본격 개발할 계획이라는 얘기들이 여러 통로를 통해 흘러나왔습니다. 일부에선 개성공단의 폐쇄가 될 경우를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신의주 경제특구를 개발한다는 계획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북한의 '12.1조치'로 개성공단의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북한이 2002년 추진하다가 중단했던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설이 다시 나오게 된 것인데요.
신의주 특구 추진설은 정확히 '12.1' 조치를 발표한 지 하룻만인 25일 새벽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의주 산업시설을 시찰했다는 북한 언론매체들의 보도가 나오면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신의주 특구 개발을 추진했지만 특구가 경쟁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한 중국 측의 견제로 사실상 중단된 적이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당시 북한이 신의주 특구의 초대 행정장관에 임명했던 중국인 양빈을 탈세 혐의로 전격 체포해 재판에 회부했고, 게다가 북한이 2006년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북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특구 논의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2006년 하반기부터 중국내 대북국제컨설팅 회사에 신의주 개발계획을 의뢰하고 긴밀하게 추진해왔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개발 요약서을 보면 1단계 대규모 종합유통단지 개발, 2단계 외국인 기업단지 조성, 그리고 3단계 자유무역지역 지정을 통한 특구 개발로 나눠 장기적 계획으로 추진됩니다.
사업 주체는 북한의 내각과 민자유치 회사가 되며, 2010년까지 공단 사업기반 시설을 끝내면 곧바로 입주시설 공사가 진행돼서 2013년까지 완공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당시 개발 계획서를 입수해 기자회견을 가졌던 김규철 남북경협시민연대 대표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김규철: 기반시설 공사는 2008년 10월부터입니다. 근데 1~2개월 늦어지는 것 같은데. 아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기반시설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입주 시설을 할 수 있는 시기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돼 있고요.
개발계획 문건은 북한이 2006년 하반기에 컨설팅사에 의뢰한 용역 결과의 내용이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북한의 내각 총리실에도 보고된 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MC:
새해에는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고 이에 따라 남북 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지만, 미북관계가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을 때까지는 현재의 남북관계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관련해서 내년도 남북관계를 좀 전망해주시겠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한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 하는 협상을 통해 살길을 모색하는데 모든 걸 건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러나, 한국 정부는 '기다리는 것도 때로는 전략'이라는 이명박 대통령 발언에서 보듯 대북정책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당장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남북관계는 적어도 내년 1월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고 한미정상 회담을 통해 한미간 대북정책 조율이 이뤄지는 3-4월 이전까지는 추가적으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과 함께 경색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북핵협상이 다시 활기를 띠고 북미관계에 진전이 있거나 한미 간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유화적 대북 메시지가 나온다면 북한도 남북관계를 풀려고 할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남북간 긴장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경우 오바마 정부와 관계를 설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삐라 살포와 같은 강경 조치가 나오면 북한도 개성공단을 파국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아무튼 현재로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MC:
네. 노재완 기자 수고했습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MC:
RFA 10대 뉴스, 오늘은 네 번째 시간으로 개성공단 문제와 그에 따른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섯 번째 시간에는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