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앞둔 북 군인들, 주민 재산 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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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식량 등 물자 부족이 심각한 북한에서 최근 군인들이 떼를 지어 협동농장 탈곡장과 주민들이 개인 텃밭에서 수확해 놓은 농작물을 강탈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대를 앞둔 군인들이 얼마간의 돈이라도 마련하기 위해 도둑질을 하는 것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 혜산시의 한 군 관련 소식통은 26일 “양강도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들이 부대 주변 협동농장과 마을에 떼로 몰려가 수확한 농작물을 도둑질한 사건이 여러 건 발생해 주민들 속에서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그러지 않아도 코로나 사태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속에서 당국과 군인들에 대한 원성과 신소(민원)가 이어지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10월에 접어들어 삼수군과 갑산군 등 여러 지역에서 10군단 소속 군인들이 무리로 협동농장 탈곡장을 습격해 농작물을 강탈해간 사건이 11건이나 발생했다”며 “탈곡장을 지키는 경비 인원들이 있었으나 군인들을 막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풍산군에서도 군인들이 밤에 읍과 농촌 마을을 돌며 돼지, 개, 닭, 염소 등 주민들이 키우는 가축을 도둑질한 사건이 여러 건 발생했다”며 “여론이 심각해지자 군단 보위부가 급히 조사를 벌여 농작물과 집짐승을 도둑질한 군인들을 대부분 적발해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조사에서 내년 제대를 앞둔 한 부소대장이 대원들을 데리고 협동농장 탈곡장과 농민들의 집에서 훔친 400kg에 달하는 농작물과 돼지 1마리, 염소 5마리를 가깝게 지내는 주민을 통해 팔아 돈을 받은 것이 드러났다”며 “놀라운 것은 적발된 군인들이 배고픔을 참다못해 이런 일을 벌인 어린 병사들이 아니라 내년과 내후년에 제대를 앞둔 구 대원(선임)들이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보위부가 왜 도둑질을 했냐고 군인들에게 따지자 제대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는 대답이 나왔다 한다”며 “최근 제대를 앞둔 군단 내 구 대원들속에서 ‘제대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회에 나가면 굶어 죽는다’는 말이 돌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군단 지휘관들이 당황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보위부의 조사 결과 작년에 제대되어 사회에 나간 선배들이 군에 남아있는 후배들에게 쓴 편지에 ‘제대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집에 오면 굶어 죽는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었습니다. 편지 내용이 제대를 앞둔 구대원들에게 알려지면서 사회에 나가 쓸 돈을 미리 준비하기 위한 제대 준비 바람이 분 것입니다.

소식통은 “현재 군단과 산하 각 여단 정치부와 참모부 군관(장교)들이 지도 성원으로 모든 대대에 파견되어 군인들을 대상으로 군민 관계를 잘 유지할 데 대한 사상교육과 함께 야간에 몰래 부대를 탈영해 나쁜 짓을 하는 현상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깜빠니아(일시적인 캠페인)식 사상교육과 통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도 26일 “요즘 청진시에서 시내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밤에 떼를 지어 다니며 집을 털고 농작물을 도둑질해가는 군인들에 대한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청암구역 반죽동과 직하리, 송평구역 근동 등지의 주민 세대에서 밤에도둑을 맞혔다는 주민들의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목격자들에 의하면 도둑은 다 군인들인데 일부 군인들이 주민들의 집에 침입해 농작물, 가축 등을 가리지 않고 돈이 될만한 물건을 도둑질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청암구역 교원리에서는 지난 주 깊은 밤에 군인들이 무리로 탈곡장에 몰려와 200kg에 달하는 강냉이와 콩을 훔쳐가는 일도 있었다”며 “여름내 애써 수확한 농작물과 가축을 도둑 맞힌 주민들은 ‘장군님의 군대가 마적 떼보다 더하다’며 한숨만 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군인들에 대한 식량과 생활필수품 등 물자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군인들이 자체로 겨울 나이 준비를 하는 것”이라면서 “주민들은 일차적으로 도둑질을 일삼는 군인들을 욕하고 원망하지만 어려운 나라 형편을 내세워 군인들의 공급망 개선에 전혀 무관심한 당국을 더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