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지방도시에서 주택 용마루 지붕 단장이 한창입니다. 김일성 생일(4.15) 111주년을 맞아 올해도 북한이 정치적 행사와 동시에 마을꾸리기를 전개하도록 지시한 겁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해마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4.15)을 태양절이라고 추겨 세우며 정치적 행사와 사회노동에 주민들을 동원하느라 선전선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각이한 행사와 주택 용마루 지붕 단장까지 겹치고 있어 주민들의 눈살이 곱지 않습니다.
9일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이 닿은 자강도 고풍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태양절인지 뭔지 요즘 분주해 죽겠다”며“지붕 꼭대기를 정돈하고 회칠하라고 볶아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위대성 선전 강연회와 학습회를 비롯한 정치적 행사에 참가하는 것도 버거운데, 도시와 마을을 아름답게 꾸리라는 당국의 지시로 살림집 용마루 지붕을 수리하고 단장하느라 바쁘다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요즘 고풍군 사람들은 낮에는 농장에서 일을 하고 새벽과 저녁에는 개인 텃밭에 강냉이와 수수 등을 심느라 정신이 없다”면서“이런 와중에 용마루 지붕을 다시 보수하고 회칠까지 하여 단장하라고 하니 화가 나지 않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자강도 고풍군은 1개 읍과 12개 리로 구성된 농촌지역으로 3만 5천 명의 인구 중에 농민이 대다수를 차지하므로 아파트보다는 단층 주택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월은 고양이 손도 동원해야 할 만큼 바쁜 영농 철이다”며“그런데 당국이 농촌마을을 아름답게 꾸려 태양절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며 기와 자재는 공급하지 않고 용마루 지붕을 단장하라고 강구하고 있어 농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용마루란 단층 살림집 지붕 중앙에 수평으로 기와를 얹은 부분을 말하며, 용마루 날개는 지붕 용마루 양쪽 끝이 하늘로 오르듯이 기와를 덧쌓아 건축미를 살린 부분을 합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이달 초 은산군에서도 땅집(단층살림집) 용마루 지붕이 꺼지거나 용마루 날개가 낮아진 부분을 다시 높이고 회칠하는 작업이 태양절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용마루 지붕과 용마루 날개를 수리하려면 기와를 비롯한 시멘트와 모래 등 자재가 필요하다”면서“해당 자재는 전부 주민 부담이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구봉노동자구에는 탄부아파트도 있지만 단층집도 많다”면서“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탄부들은 아파트 외장재를 칠하느라 바쁘고, 단층집에서 살고 있는 탄부들은 퇴근 이후 용마루 기와를 다시 쌓고 용마루 날개를 살리느라 쉬지도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평안남도 중부에 자리한 은산군 인구는 20만 명 정도로 알려졌으며, 행정구역은 1개 읍과 5개 노동자구, 16개 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016년 한국에 입국한 한 탈북민은 북한에서 3~4월은 위생월간이기도 하지만, 김일성 생일이 4월 15일이어서 해마다 4월이면 마을꾸리기에 동원되는 것이 지겨웠다고 말했습니다.
평원군 출신 탈북민 :태양절이 오면 도로 양옆에 회칠을 해야 하고, 살림집 울타리 무조건 회칠해야 했어요. 한때는 적들이 인공위성으로 북한을 몰래 찍어 가난한 나라라고 헐뜯는다면서 주택 지붕을 색깔 있는 기와로 교체하라고 했지만 흐지부지 되고 말았습니다.
그는 이어 태양절을 맞아 북한 당국이 정치적 행사와 무보수 노동에 주민 동원을 반복할수록 민심은 점점 김정은 정부를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