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러에 ‘유엔 제재 수산물’ 온라인 판매…전문가단 “조사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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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엔 대북제재로 수출이 금지된 북한산 수산물이 온라인에서 유통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은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처음 알게됐다며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24일 현재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간 전자상거래(KCRECA∙The Korea-China-Russia E-commerce Network) 웹사이트(kcreca.com)에서 판매 중인 북한산 수산물은 대게와 문어, 조개 등 46종으로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 등 3개 국어로 상품명이 소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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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북한산 수산물. /KCRECA 웹사이트 캡쳐 (Jinwoo Cho)

북∙중∙러 3국 전자상거래는 제품 구입을 원할 경우 중국의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위챗’(WeChat)을 통해 판매 업자에 직접 연락해 문의 및 지불해야 한다며 판매업자의 위챗 정보를 담은 QR코드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QR코드란 사각형의 가로세로 격자무늬에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2차원 형식의 코드로, 스마트폰(손전화)으로 QR코드에 접속하면 정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북∙중∙러 전자상거래는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산 수산물 외에도 또 다른 대북제재 대상인 북한의 ‘만수대창작사’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림을 비롯해 인삼차, 김치, 화장품 등 100여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접속할 수 있으며 북한 상품 외에도 최신 전시회 정보와 무역 소식, 주요 경제뉴스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웹사이트는 중국의 ‘아태국제네트워크과기훈춘유한공사’가 지난 2020년 북∙중∙러 3국의 국경이 맞닿은 중국 지린성 훈춘시를 거점으로 개설한 것으로, 지린성 정부는 당시 이러한 전자상거래 사업에9억9,000 만 위안(미화 약 1억만4,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물류창고 공사와 무역서비스 개발 등에 1억3,200만 위안(미화 약 1,900만 달러)을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외 중국의 대표적인 도매 사이트 ‘알리바바’(1688.com)에서도 ‘북한산 수산물’을 검색하면 말린 생선 등이 거래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수산물 수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입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호’ 발사에 대응해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71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수산물과 석탄, 철, 납의 전 세계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은 북한의 수산물 수출이 유엔 대북제재 위반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북∙중∙러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단의 에릭 펜턴-보크(Eric Penton-Voak) 조정관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 사이트에서 광고하고 있는 일부 상품은 제재를 위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이트를 이전에 본적은 없지만 전문가단과 함께 여기서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Some of the goods advertised on this site would appear to breach sanctions. I’ve not seen this site before, but I will discuss it with the Panel and we will investigate who is doing what here. Many thanks for the lead!)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 선임연구원도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회피에 가담했다는 증거”라며 “중국과 러시아는 무책임하게 행동하고 있으며 유엔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This is simply more evidence of China and Russia being complicit in North Korean sanctions evasion. They are acting irresponsibly and in contravention of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

이어 그는 “이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려는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에 도움을 주지 않겠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이러한 행동은 비판받아야 하며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3자에 제재를 가하는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Furthermore, it is evidence that China and Russia will not assist the ROK, the US,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n achieving th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China and Russia should be called out for these actions and others and should be the subject of secondary sanctions.)

한편 북한은 지난 14일 외국문출판사가 운영하는 ‘조선의 출판물’ 홈페이지에서 ‘항서경제연합회’를 화첩형태로 소개하며 대북제재로 수출이 금지된 수산물과 광물 무역을 상세히 광고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도 최근 “지난 달 말 7년 만에 북중 무역박람회가 재개돼 북한산 수산물 홍보에 나섰으며, 중국 회사들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