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통신] 전문가 토론회 “긴장 조성은 후계 구축과도 연관”

북한이 최근 군사적 긴장 조성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올해 초 북한의 총참모부 대변인이 군복을 입고 나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강경한 논조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0:00 / 0:00

그리고 최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북한은 군사적 위협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과 미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체제 단속과 내부 결속을 통한 후계 구도의 구축을 비롯한 내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서울 4.19 혁명 기념 도서관에서 연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같이 주장하고 북한의 대남 강경책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방안을 함께 논의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고려대학교 유호열 교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억제하려면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즉 PSI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북한의 대남 강경 정책 배경과 전망'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배경에는 한국과 미국 정부와 벌이는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주민들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습니다.

정영태: 김정일의 건강 문제로 내부적으로 술렁거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위 독재 정권들이 이럴 때 활용하는 방법이 외부의 적을 창출해서 군사적인 대응을 강화하고 전쟁 준비 태세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주민 단속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김진무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도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말하고 건강상의 이유로 체제 유지에 불안감을 느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전쟁 분위기 창출을 통해 권력투쟁과 주민 동요를 차단할 필요성에 직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진무 : 북한의 대남 강경책은 김정일의 심리적인 불안감에서 비롯됐습니다. 김정일이 아프고 나서 자신을 되돌아 보니 주위에 믿을 사람이 없고 남한이나 미국을 봐도 북한을 위협하고 있고. 따라서 김정일이 보는 북한 체제는 매우 불안정해 졌습니다. 김정일은 그래서 긴장을 조성해서 내부 결속을 다졌을 것입니다.

북한이 대내외적인 이유로 대남 정책을 강경하게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한국 정부는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 역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고려 대학교 유호열 북한학과 교수는 말했습니다. 유 교수는 특히 국제적 대응 방안으로 한국 정부는 대량살상무기를 제한하고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주도로 구축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PSI에 정식 가입하여 북한의 무모하고 일방적인 군사적 모험주의를 사전에 억제하고 유사시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호열: 우리가 그동안 PSI 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이제는 PSI

에 정식으로 가입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억제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유 교수는 또한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하고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와 정책 조율을 확고하게 수립할 필요성도 제기했습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남북이 합의한 북방한계선 NLL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고 선언하고 미사일과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등 남북 간의 합의와 국제법을 무시하는 데 대한 국제적인 홍보와 공조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호열: 북한의 성명 발표를 통해서 서해안에 긴장이 조성돼 있습니다. 우리가 이를 무시하는 전략으로 나가는 것보다는 그런 부분이 잘못됐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확실하게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남북 간 기본 합의서에 명시된 북방 한계선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논란이 있다고 봅니다. 북한의 일방적인 선전과 심리전에 논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 교수는 또 한국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고 대화 의지를 보이는 한편 실제로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했을 때는 철저하게 제압하는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김영환 연구위원은 지난해와 올해 북한의 대남 압박은 차이가 크다며 북한이 대남 압박의 강도를 높인 이유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를 구축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후계 체제에 걸림돌이 되는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환: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하면서 김정일 자신과 주변에서 후계자 문제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간부들은 김정일 앞에서는 아첨하지만 중국의 성과에 대해 선망하는 간부가 많다는 것을 김정일도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후계자를 추진하면서 다른 마음을 가지는 사람들을 강경하게 차단하기 위해서 내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봅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악화하더라도 중국이 북한의 체제를 뒷받침해 줄 것이란 인식이 있는 점도 북한이 군사적 긴장의 수위를 높이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