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로 예정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 오는 6월로 연기 됐습니다. 김 전 대통령측은 정치권에서 자신의 북한 방문 시점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렇게 북한방문을 전격 연기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당초 김 전 대통령은 남한의 지방선거를 한달 정도 앞둔 시점인 4월에 갈 예정이었죠?
최경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관은 20일 발표문을 통해서 김 전대통령의 방북 시기를 정치적인 오해를 피하기 위해 6월중으로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민족문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협의를 위한 것인 만큼 방북의 시기도 국민적 합의를 얻어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방북 시기를 6월로 잡고 관계당국과 협의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은 이러한 의사를 지난주 남한정부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이러한 발표를 하기에 앞서 남한 야당인 한나라당의 이재오 원내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김대중 전 대통의 방북에서 얻어진 성과를 국내용으로 다시 만들어 정국 반전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인바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인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방북을 연기했다고 했는데, 남한 정치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먼저 김 전 대통령의 방북시기를 놓고 문제를 제기했던 한나라당 측은, 그의 방북을 5월 31일 지방 선거 이후로 연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 온 만큼 김 전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북한방문 결정이 5월 말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며, 여전히 정치적 이용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방북문제는 어느 특정 정파나 세력이 아닌 국민 모두의 공감대 속에서 논의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집권당인 열린 우리당은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의해 연기됐다며 안타깝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남한정부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연기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청와대 측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시기와 관련없이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 했습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남한 언론과의 회견에서 시기가 어떻게 됐던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며, 정부는 애초부터 김 전 대통령의 방북시기와 관련해 어떠한 주문이나 판단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측도 이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장을 19일 전해 들었다면서, 이러한 변경 사항을 곧 북한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이 두 달이나 연기됨으로 해서 기차를 이용한 북한 방문이 더 가능해 진 게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는 김대중 대통령이 4월말에 열차를 이용해 북한을 방문하기에는 일정이 빠듯하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제 두 달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얻게 됨에 따라 그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 셈입니다. 현재 경의선의 철로는 완전히 연결되기는 했지만 북한 측 역사가 오는 3월 말쯤 완공될 예정입니다.
또 열차 운행에 앞서 시험 운행도 이뤄져야 하고 또 군사 당국간의 군사보장조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따라서 남북간의 군사적 보장조치문제는 빠르면 이달 말 열리는 제3차 남북장성급 회담 등을 통해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남한 언론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열차 방북이 성사될 경우, 남북한의 본격적인 열차운행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죠?
그렇습니다. 특히 6.15 공동선언 6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남한을 방문하는 북측 인사들도 열차를 타고 내려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열차 운행이 상용화 되면 그동안 문제가 되어 왔던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물류비용이 줄어들고 남한의 대북지원도 철도를 이용해 쉽고 빠르게 수송할 수 있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 관해 북한 측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남한 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 4월 하순경 열차를 이용해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지난 1월 북한 측에 통보했으나, 아직까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6월로 방북을 연기한 것에 대해서도 반응이 없습니다.
이규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