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계획 5029, 남한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할 것”

미국과 남한이 북한의 정권붕괴 같은 급변사태에 대비해 내년부터 ‘개념계획 5029'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해병대 지휘 참모 대학의 브루스 벡톨 교수는 ‘개념계획 5029’ 아래에서 남한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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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병대 지휘 참모 대학(Marine Corps Command and Staff College)의 브루스 벡톨 (Bruce Bechtol) 교수 - PHOTO courtesy of United States Air Force or the Air University

2일 남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들은 지난 10월 연례안보협의회에서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개념계획 5029’에 관한 ‘전략지침’에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두 나라는 내년 말 ‘개념계획 5029’를 완성한다는 목표 아래 내년 초부터 남한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가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념계획 5029’에서 다룰 북한의 급변 사태로는 예를 들어 북한에서 내전이 벌어져 반란군이 핵무기를 탈취하거나 대규모 탈북이 발생하는 경우, 또는 북한에 지진이나 홍수 같은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군사 작전계획이 아니라 개념에 머무르는 것이기 때문에 작전부대 편성 등 군사력 운용 계획까지 다루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남한군과 미군 가운데 어느 쪽이 북한 땅에 들어갈지, 핵무기를 비롯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누가 관리할지 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해병대 지휘 참모 대학(Marine Corps Command and Staff College)의 브루스 벡톨 (Bruce Bechtol)교수는 4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급변사태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남한군의 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Bechtol: (I'm guessing under CONPLAN 5029 that the S. Korean government would probably take the lead in addressing many of the issues that occur in N. Korea) 개념계획 5029 아래에서는 북한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아마도 남한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북한의 질서 회복을 돕는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서 미군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한미 양국의 정치적인 판단도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벡톨 교수는 북한의 남침을 전제로 한 전쟁 계획인 ‘작전계획 5027’이 이미 한미 양국에 의해 수립돼 있는 만큼, ‘개념계획 5029’는 전쟁과 상관없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남한의 국가안전보장회의는 한미연합사령부가가 ‘개념계획 5029’를 구체화해 군사행동까지 포함한 '작전계획 5029'로 발전시키려 한 것을 알아내고, 작년 초 이를 중단시킨바 있습니다. 미군이 이 계획을 근거로 해서 독자적으로 북한을 공격할 경우 남한의 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그 뒤로 한미 양국은 구체적인 작전계획 작성을 중단하고, 그 대신에 기존의 ‘개념계획 5029’를 보완해 나가기로 잠정 합의했었습니다.

워싱턴-김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