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의 남북 관계는 북한과 한국의 대내외적인 필요 때문에 많은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예상됩니다. 특히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 진입의 원년으로 삼은 가운데 고질적인 경제난을 해소하려면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몇몇 현안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우선 2010년 새해의 남북 관계를 전망하기 위해선 2009년의 남북관계가 어떠했는지를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지난해의 남북 관계는 어떻게 총평할 수가 있습니까?
기자:
작년의 남북 관계는 한마디로 널뛰기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북한은 3월 개성공단 근로자인 유성진 씨를 억류했고, 4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가 하면 5월엔 제2차 핵 실험을 단행해 한반도에 극도의 긴장 국면을 조성했습니다. 북한은 2008년에 12.1 조치를 취해 남북 교류를 제한하는 적대 정책을 고수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여름에 접어들면서 이는 반전 양상을 보였습니다. 북한은 유 씨를 석방하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초청하는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망에 즈음해 조문사절단을 보냈습니다. 화해 국면은 남북한이 10월 다시 이산 가족의 상봉 행사를 열고 12월에는 남측이 신형 독감의 치료제를 북한에 지원하는 데까지 이어졌습니다. 다만 11월에 들어 서해에서 남북한 해군 간에 교전이 일어나 긴장 국면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래도 하반기는 전반적으로 화해 국면이었다고 총평할 수 있습니다.
앵커:
앞서 말씀하신 대로 한국을 향한 북한의 유화 정책이 작년 하반기부터 눈에 띄었습니다. 올해도 이런 기조가 그대로 이어지리라는 예상이 나오나요?
기자: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은 긴장을 고조한 뒤에 남한이나 미국의 유화 공세를 받아들이는 식의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한국 정부와 버락 오마바 대통령의 미국 정부가 이를 용인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 일변도의 정책은 그다지 득이 되지 않습니다.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 진입의 원년으로 삼아 현재는 경제 개혁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고질적인 물자 부족을 해소하려면 한국과 접촉을 해야만 합니다. 남한도 북한의 이와 같은 태도를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더구나 북한의 관영 매체는 새해 벽두부터 남북 관계의 개선을 일제히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런 기조는 그대로 간다고 예상됩니다.
앵커:
남북한이 관계를 개선해야 할 필요를 느끼기는 서로 마찬가지입니까?
기자:
남북한이 관계를 개선할 필요는 느낍니다. 먼저 북한은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를 동시에 풀어간다는 방침 아래 남측과 하는 접촉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한과 관계를 잘 풀어 인도적 지원을 받으며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을 통한 외화 가득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양자 대화를 하고서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이른바 4자 회담에 한국을 포함하기로 한 양해가 이를 방증합니다. 반면 한국도 ‘비핵 개방 3000’에 근거한 지금의 남북 관계에 새 판을 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통령이 내건 북핵의 일괄타결 방안인 ‘그랜드 바겐’을 성사시키려면 남북 관계의 개선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합니다. 이외에도 북한을 상대로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앵커:
남북 관계에선 남북 정상회담이 언제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올해 남북 정상 간에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요?
기자:
남북은 현안을 어느 정도는 일거에 해결하는 정상회담의 개최에 관해 관심이 있고 그럴 필요도 느낍니다. 2010년은 이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는 해입니다. 그런데 2011년에는 국회의원 선거, 2012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이럴 때 하는 정상회담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기 쉽고 임기 누수에 걸려 효과도 별로 없습니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 이미 이런 현상은 나타난 바 있습니다. 북한도 이런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고 보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2010년이 남북 정상이 회담하기엔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이 회담으로 한국도 남북 관계에서 반전을 노릴 수 있고, 북한도 남쪽의 경제 지원을 얻는 한편 북미 관계 개선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가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물자 부족과 식량난이 더욱 악화하면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양보하고 대신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 남북 정상회담에 나설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앵커:
이 대통령이 작년 11월 27일 텔레비전으로 생방송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정상회담과 관련해 “서울이 아니어도 상관 없다”는 고 한 발언이 회담 개최에 긍정적일 수 있습니까?
기자:
물론입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안전 문제로 3차 정상회담도 북한에서 열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처럼 회담 장소를 양해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북핵과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등 북한이 싫어하는 사항을 의제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양측이 의제에 합의하면 올해 정상회담이 서울과 평양 이외의 지역에서 열릴 가능성은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기에는 남쪽이 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정도는 가시화해야 남북 관계의 개선과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하지 않나요?
기자:
남북 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핵입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도 북핵 문제의 진전이 없이는 남북 정상회담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보수 성향으로 볼 때 이 대통령이 이런 입장을 쉽게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북핵 문제와 남북 문제를 연계해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더구나 한국 정부는 앞으로 6자회담의 북핵 논의와 남북 간의 북핵 논의를 병행해서 추진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어느 정도 표명하고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양보하지 않으면 남북 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이나 정상 회담은 현시점에서 바라기가 좀 어려운 실정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올해 남북 관계는 어떻게 전망할 수 있습니까?
기자:
새해 벽두부터 남북 관계의 개선을 외치는 북한 행태로 미루어 일단 비관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씀을 드린 대로 남북이 정상회담을 하거나 관계를 개선하려면 국군 포로, 납북자 문제는 물론 남북간 북핵 논의에 관한 이견이 해소돼야 합니다. 그렇지만 상황은 항상 가변적입니다. 북한은 경제난이 더 심각해 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남쪽의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북핵 논의에 관한 이견을 해소하는 한편 되도록 꺼내고 싶지 않은 국군 포로, 납북자 문제 등에서 양보하는 쪽으로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2010년 새해의 남북 관계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전망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