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만의 평양 원정’ 한국 축구 대표팀 순안공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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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오는 15일 평양에서 북한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북한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0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14일 북한과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전을 위해 북한에 도착했습니다.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이날 오전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중국국제항공 평양행 비행기에 탑승해 오후 4시 20분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15일 오후 5시 반,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 대표팀과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H조 3차전 경기를 치릅니다.

한국이 평양에서 원정경기를 치르는 것은 지난 1990년 남북통일 축구경기 이후 29년 만입니다.

하지만 남북이 논의해 온 축구경기 생중계와 응원단 파견은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중계방송이나 응원단 파견 문제와 관련해 북한 측이 응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상민 한국 통일부 대변인 : 한국 통일부도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다각도로 응원단·취재단 파견, 중계와 관련한 북한 측의 의사를 타진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북한 측에서 이 부분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한국 측도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외에는 북한의 초청장을 받지 못해 한국 측 취재진이 현장에서 경기를 취재하지 못하게 된 가운데 북한이 제공하는 국제방송 신호를 받아 생중계하는 방안조차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 대표팀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과 서울정부청사 안에 각각 상황실을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상황실 간 연락을 통해 남북 간 축구 경기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당국자는 인터넷과 국제전화, 휴대전화 등 평양 현지에서 북한 측이 보장하는 통신수단에 따라 소식 전달 속도가 달라진다며 북한 측은 사전에 통신 수단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에 ‘잘 알겠다’는 정도의 대답만 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측 지원단이 위성전화 등 별도의 통신 장비 없이 방북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 측이 어느 정도의 통신 수단을 보장하느냐에 따라 경기 상황이 전달되는 시차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5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 레바논 간 경기도 생중계는 이뤄지지 않았고 레바논 현지 취재진 등의 방북도 제한돼 북한이 2대0으로 이긴 경기 결과가 경기 종료 후에야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북 간 축구 경기 시작 전 애국가 연주와 태극기 게양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전망입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피파(FIFA), 즉 국제축구연맹 규정대로 다른 국가와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며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 문제를 보장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 평양 김일성경기장에 대한민국의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연주된다는 이야기잖아요? 중계방송과 응원단 파견은 허용이 안됐지만 29년 만에 평양에서 월드컵 예선전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은 의미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연합뉴스는 해외 북한전문여행사들이 추진해 온 외국인 관광객의 축구 경기 관람도 결국 무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중국에 사무실을 둔 한 북한전문여행사는 “여행 일정이 취소되지는 않았고 10명이 평양을 방문 중”이라며 다만 축구경기 실황을 볼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이 여행사는 지난 7월 남북한 월드컵 예선전 관람권을 포함한 외국인 대상 2박 3일짜리 평양관광 상품을 출시해 524달러 정도에 판매했고 비슷한 시기 다른 북한전문여행사들도 이 같은 여행상품을 만들어 관광객을 모집한 바 있습니다.

한편 북한 축구 대표팀에서 뛰었던 안영학 씨는 해외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010년처럼 다시 한 번 남북한이 함께 월드컵 무대에 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습니다.

AP통신이 14일 보도한 인터뷰에 따르면 안 씨는 “평양 시민들이 이번 경기를 고대하고 있다”면서 중요한 월드컵 예선인데다 북한이 이긴다면 엄청난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안 씨는 북한 축구 대표팀 선수로서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세 경기는 물론 예선에서 성사된 네 차례 남북 대결에도 모두 출전했습니다.

당시 북한의 홈경기는 북한 측이 애국가 연주와 태극기 게양을 불허해 제삼국인 중국 상하이에서 치러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