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선전매체들은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남북축구 예선전이 응원단과 관람객이 한 명도 없는 가운데 무승부로 끝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같은 보도에 접한 북한 주민들은 이번 경기를 '홍산골(골짜기로 유인하는 전술) 경기'로 지목하면서 당국의 꼼수에 야유를 보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 신의주로 출장나온 평양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6일 “어제(15일) 평양에서 진행된 월드컵 예선 북남축구가 무승부로 끝났다는 방송보도에 반신반의하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솔직히 남자축구는 남조선이 훨씬 발전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남조선이 이길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주민들은 월드컵 예선이 치러진 김일성경기장에 관람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을 알곤 놀라고 있다”면서 “역사적인 북남축구가 평양에서 진행되는 데 당국이 응원단과 관람자를 조직하지 않았다는 자체가 이상하지 않냐면서 (남한 선수들을) 일부러 고립된 분위기로 몰아넣기 위한 전략이 아니겠냐”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주민들은 무승부로 끝난 남북축구 예선을 삭막한 골짜기에서 진행된 ‘홍산골 경기’에 비유하고 있다”면서 “1930년대 김일성부대가 왜놈들을 홍산골로 유인해 소탕했다는 ‘홍산골 전투’와 이번 월드컵 예선경기의 상황이 뭐가 다르냐며 당국의 야비한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평양시의 또 다른 소식통도 “평양 젊은이들은 김일성경기장에서 북남선수들의 카타르 월드컵 예선경기가 치열한 공방전 끝에 무승부로 끝났다는 방송보도에 안도감을 내비쳤다”면서 “만약 남조선선수들이 이겼을 경우 우리 선수들이 어떤 수모와 책임추궁을 당할지 잘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스웨덴, 스웨리에서 조-미실무협상이 결렬되고 북남관계도 악화되고 있어 우리나라정세는 예민하고 긴장되어 있다”면서 “이런 와중에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적대국인 남조선과의 월드컵 예선경기에서 패배한다면 선수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금까지 평양에서 진행되는 국제경기는 국가체육성간부들과 4.25체육단, 압록강체육단 등 국가대표단 선수들이 조직적으로 관람하거나 일반주민들이 평양시 거리 매표소에서 경기장 입장권을 구매해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남조선선수들이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우리 선수들과 월드컵 축구 예선전을 진행한다면 남조선 문화와 체육에 큰 관심을 보이는 평양 시민들이 경기장에 밀려들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관중이나 응원단을 한 명도 경기장에 입장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당국이 얼마나 평양시민들의 남조선에 대한 동경심을 경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