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탈북단체 북 ‘무관중’ 축구 비판 전단 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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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내 탈북자단체가 최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월드컵 예선전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서울의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04년부터 김정은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의 전단을 북한에 보내 온 자유북한운동연합.

한국 내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1일 최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월드컵 예선전 방식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 50만장을 지난 20일 북한에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전단과 함께 1달러 지폐 2000장, 휴대용 저장장치(USB) 1000개, SD카드 1000개 그리고 소책자 500권을 대형풍선 20개에 넣어 북한에 보냈습니다.

이 단체의 박상학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한국과의 월드컵 예선전이라는 평화의 경기마저 민족 대결의 결투로 변질시켰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단을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 한국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무대로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지만, 북한은 관중과 중계 없이 남북 월드컵 예선전을 진행했습니다.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로부터 이번 경기가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고 남북한 대결이자 결투라는 지침이 있었다는 말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진행돼 0대 0 무승부로 끝난 남북 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에 한국 측 취재진과 중계진, 응원단의 참석을 불허했고 북한 주민들의 관전까지 막아 ‘무관중 경기’가 치러졌습니다.

박상학 대표는 이번 살포를 포함해 올해 들어 모두 11차례 대북전단 살포가 이뤄졌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전하는 전단 살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최근 유엔을 통해 ‘강제 구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은 사실도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21일 황인철 1969년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대표에 따르면 방광혁 주제네바 북한 대표부 부대표는 지난 8월 26일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에 보낸 공문에서 “북한에는 자유 의지에 반해 강제 구금된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황인철 대표가 지난 5월 KAL기 납치피해자인 부친 황원 씨를 자의적 구금으로 판정해달라며 유엔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에 제출한 진정서에 대한 북한 당국의 공식 답변입니다.

이에 대해 황인철 대표는 이날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KAL기 납북 사건은 북한 당국에 의한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원칙과 절차에 따라 북한에 강제 구금된 부친의 송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황인철 1969년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대표: 국제사회의 원칙과 질서에 따라 아버지의 송환을 이룰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서 묵인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해적 행위 용인에 대한 나쁜 선례가 되고 있는 겁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자유의사만이라도 밝힐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앞서 황인철 대표는 지난 2010년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실무그룹(WGEID)에 부친 황원 씨의 생사 확인을 요청했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강제 실종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적대 세력에 의한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KAL기 납북은 지난 1969년 12월 11일 강릉을 출발해 김포로 가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북한 고정간첩에 의해 강제 납치돼 북한으로 간 사건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납북 피해자들의 전원 송환을 약속했지만 1970년 2월 14일 39명만 송환하고 나머지 11명은 아직도 돌려보내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