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서도 음력설(1.22)은 1년 중 뜻깊고 중요한 명절이지만 북한 주민들은 강추위 속에서 도로 눈치우기 작업에 동원되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부령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23일 “음력설 명절 기간 함경북도와 양강도를 비롯한 북부지역에 영하 30도 이하의 강추위가 들이닥친다는 예보가 있어 주민들이 긴장하고 있다”며 “겨울나이 (겨울나기) 땔감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고 식량도 부족한 많은 주민들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부령은 산골 군이지만 일반 가정들은 돈이 없어 석탄이나 나무를 때 구들을 덥힐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고 있다”며 “산림경영소가 허락하는 수요일마다 산에 올라가 죽은 나무나 마른 나뭇가지, 잡관목을 주어 땔감을 겨우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텔레비죤(TV)에 음력설 명절날 친지들이 모여 윷놀이를 하고 예술공연을 보는 등 평양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이 비춰지고 있지만 지방은 예술공연이나 놀이는커녕 설음식인 떡도 해 먹지 못한 집이 수두룩하다”며 “예전처럼 집집마다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음식 냄새를 풍기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당 제8기6차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파고철 수집과 퇴비생산이 본격화되고 단속이 심해지면서 땔나무장사, 석탄장사를 찾아보기도 힘들다”며 “아침과 저녁에 나무나 착화탄을 때 겨우 밥만 해 먹고 난방을 포기한 집이 태반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종일 밖에서 퇴비생산을 하다가 집에 들어와도 몸을 녹일데가 없어 온 식구가 저녁밥을 짓는 착화탄 화로에 둘러앉아 손과 발을 녹이고 있다”며 “아궁이에 불을 충분히 못 때니 방이 추워 내복과 양말을 벗지 못하고 서로 몸을 맞댄 채 잠을 잔다”고 증언했습니다.
착화탄은 화력발전소나 제철소 굴뚝 연기에 섞여 나와 쌓인 연기 재에 톱밥과 약간의 진흙을 섞어 찍어낸 구멍탄(연탄)입니다. 착화탄의 크기는 연탄의 1/3 정도이며 착화탄 2장이면 겨우 밥과 국을 끓일 수 있습니다.
소식통은 “어제와 오늘은 부령 기온이 영하 12도 정도였지만 내일부터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진다고 한다”며 “겨울 동안 먹을 식량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겨울을 날 땔감을 해결하는 것도 큰 고민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함경북도 김책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23일 “음력설인 22일 김책을 비롯한 전국의 여러 지역에 눈이 내렸다”며 “아이들은 설날에 눈이 내린다고 좋아서 뛰놀지만 주민들은 휴식일인 설날 아침부터 도로 눈치기(눈치우기) 작업에 동원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매일 아침 주민들이 순번제로 인민반이 담당한 도로청소를 하듯이 눈이 내리면 온 인민반이 동원돼 도로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한다”며 “22일에도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인민반장이 세대마다 돌며 독촉하는 바람에 눈치기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낮에 이어 저녁에 다시 차 바퀴에 굳어져 도로에 얼어붙은 눈을 말끔히 쳐내는 작업이 시작되었다”며 “삽이나 호미로 굳어 붙은 눈을 뜯어내 멀리에 버려야 하는 작업은 매 가정(세대)마다 일정 구간을 도급제로 맡기는 바람에 1시간 넘게 작업을 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시 인민위원회와 동사무소 간부들은 평양으로 통하는 길에 눈이 쌓이면 안 된다며 눈이 내릴 때마다 주민들을 눈치기에 동원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하나같이 설명절에 낮과 밤 연이어 도로 눈치우기 작업에 내모는 당국의 처사를 두고 ‘이게 인민을 위한다는 인민제1주의냐’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서 평양과 각 도 소재지를 연결하는 도로는 1급도로에 속합니다. 평양시와 청진시를 연결하는 1급도로가 김책시내 중심을 통과하는데 시내 녹지와 도로를 관리하는 기업소가 따로 있지만 매일 새벽 도로를 청소하고 눈을 치우는 일은 도로 인근 지역 주민들이 해결해야 합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