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학생들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는 보도에 대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 문화 유입을 완전 차단하고, 사상통제에 나서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고급중학교 학생 7명이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다 적발됐다며 최초 유포자에게 총살형이, 구입해 시청한 학생은 무기징역, 나머지 함께 시청한 학생들은 노동교화형 5년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으로 1억1천만 명 이상이 시청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북한 주민들의 처벌 소식 역시 인터넷을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세계 주요 언론들은 물론 트위터와 같은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관련 기사가 끊임없이 게재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해외 영상물 반입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감시와 처벌이 있었지만 사형과 무기징역 같은 중형이 내려진 건 북한에서 지난해 말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한국 국가정보원은 새로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대해 남측 영상물을 유입·유포할 경우 최대 사형, 시청은 기존 징역 5년인데 15년으로 강화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등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8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총살지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통해 "반동문화배격법이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정권이 코로나 19(코로나비루스)가 시작된 이래 외부문화 유입 차단과 사상통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처벌 소식은 놀랍지 않습니다. 북한은 외부 정보에 대한 접근을 금지해 왔습니다. 또 새로운 규정을 도입해 더욱 가혹한 처벌을 내리고 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특히 '오징어 게임'에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이 등장하는 점, 실제 북한사회와 같이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매일 감시하고 있다는 설정 등이 북한 주민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김정은 정권에는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는 한편으론 '오징어 게임' 시청에 대한 북한주민 처벌 보도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철저하게 인권이 억압되는 북한 사회의 실상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제사회가 북한 내 인권탄압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국제사회, 유엔 북한인권보고관, 또 한국 정부가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사실 문재인 한국 정부는 그 동안 북한 인권에 대한 정책을 제대로 펴지 않았습니다.
북한 정보통신전문 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의 마틴 윌리엄스 대표는 최근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최근 몇년간 한국 영상물 뿐 아니라 북한 젊은이들의 한국식 말투, 옷차림까지 철저히 감시·통제하는 등 한국 문화 유입의 완전차단을 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남북한이 한 나라였던 만큼 다른 나라 영상물보다도 현재 남북한 사회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한국 영상물에 대한 통제와 처벌 수위가 훨씬 높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지난달 10월 북한 관영매체는 '오징어 게임'에 대해 "한국과 자본주의 사회 실상을 드러냈다"면서 "극한 경쟁으로 인류가 전멸하는 남한 자본주의 사회의 비겁함을 보여준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또 24일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논설을 통해 외부 문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젊은층이 '제국주의 문화 침투'의 핵심 표적이 되고 있다며 사상사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