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북한 평양 등 도시지역에서 돈주들과 일부 젊은이들이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몰래 시청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평안남도 평성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3일 "지난 주 평양에서 돈장사(환전상)를 하고 있는 동생 집에 갔다가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보고 왔다"면서 "요즘 평양의 한다 하는(돈, 권력 있는) 사람들은 남조선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빠져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로 외부 북한 주민들의 평양 진입이 차단됐다해도 평성 사람들은 평양에 쉽게 오간다면서 일부 평안도 사람들은 평양으로 들어가는 산길도 잘 알아 평양 출입의 완전통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남조선에서 만든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가 담겨진 USB나 SD카드 같은 메모리 저장 장치들이 요즘 들어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해상 밀무역을 통해 내륙까지 들어오고 있다"면서 "'오징어 게임' 드라마를 시청한 평양의 돈주들은 드라마의 내용이 외화벌이 시장에서 암투를 벌리며 생사를 다투는 평양 간부층의 생활과 흡사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특히 드라마 내용에서 큰돈을 벌겠다고 목숨을 내걸고 게임에 참여하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평양의 돈주들은 돈을 너무 많으면 비사회주의 시범 꿰미에 걸려 언제든지 처형당할 수 있는 (북한의)현실을 알면서도 돈벌이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돈주들의 처지와 같다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평양의 돈주들 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 속에서도 '오징어 게임'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드라마의 내용이 너무 끔찍하고 등장 인물 중에 탈 북민도 포함되어 있어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학습장 크기의 노트텔을 이용해 밤에 이불 속 에서 몰래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같은 날 "용천군에서도 '오징어게임' 한국 드라마가 SD카드에 담겨진채 밀수로 들어와 은밀히 퍼지고 있다"면서 "'오징어 게임' 드라마는 주로 밀수꾼들과 젊은이들이 시청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드라마를 보면서 밀수꾼들은 빚더미에 몰린 수많은 사람들이 거액의 상금을 놓고 서로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오징어 게임'이 코로나사태로 국경 경비가 살벌한 와중에도 목숨을 걸고 밀수에 나서는 자신들의 운명을 보는 것 같아 드라마 내용에 심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지난해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12차 전원회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고 한국을 비롯한 미국 등 자본주의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보관 유포한자는 최고 사형에 처한다고 공개한바 있습니다.
소식통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제정되면서 한국영화 시청 등 자본주의문화를 뿌리 뽑기 위한 사법기관의 단속이 살벌하게 펼쳐졌지만 코로나 사태로 사법기관 간부들도 먹고살기 힘들어지자 남조선영화를 시청하다 발각이 되어도 달러를 찔러주면 무마되고 있어 남조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시청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