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 가운데 5명중 한 명꼴로 사기를 당했다는 설문 조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 출신으로 남한에 정착해 사는 김태산씨는 3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특히 남한사회에서 물의를 빚은 다단계 판매사기 사건과 관련해 마치 탈북자가 가해자로 비쳐지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준오 박사와 청주대 사회학과 이정환 교수가 30일 발표한 ‘북한 이탈주민의 범죄피해 실태 연구’ 설문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 5명 가운데 1명이 사기를 당했습니다. 탈북자들의 사기피해율은 남한국민 전체 사기 피해율의 45배에 달하며 가해자는 주로 같은 탈북자라고 이 보고서는 발표했습니다. 설문에 응한 탈북자 214명 가운데 50명이 91건의 사기, 절도, 강도 등의 범죄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사 결과 특히 탈북자의 사기피해율은 약 21.5%로 남한의 전체 사기 피해율인보다 43배 더 높았습니다. 사기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45명 가운데 42명의 탈북자들은 사업과 투자 관련 부문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그 다음으로 개인 간 돈거래 미수금, 북한 가족 초청 사기 등의 순서로 피해를 봤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들은 특히 사업과 투자 관련 사기피해 대부분이 불법 다단계 업체에 투자를 했다 돈을 잃은 것이며, 다단계 사기의 가해자는 주로 탈북자들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북한 경제관료 출신으로 체코-조선 신발기술합작회사 사장을 역임하다 지난 2002년 남한으로 망명한 김태산 씨는 3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종종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발표에서 사실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조사 결과에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김태산씨는 특히 이번 조사에서 다단계 사기 사건의 가해자는 탈북자들이라는 설문 조사 결과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태산: 이 다단계는 있잖아요. 한국 사람들이 만들어 내서 탈북자들한테 뒤집어 씌운거지. 탈북자들이 만들어낸 다단계가 아닙니다. 시작은 한국사람한테서 속아가지고 그걸 실행하려니까 친구들한테 소개하려니깐, 탈북자들끼리 돌아가는거지요. 그 다음에 보험회사 끌어들었지요. 그 다음에 핸드폰 끌어들여서 하게되면 얼마씩 떼어주는 거 했지요. 다단계는 아니지만 핸드폰 팔아서 하는 거 있잖아요. 대리점으로 해서 가입시켜 한 사람 끌어다가 가입시키고 핸드폰 하나 팔면 돈이 앉아서 얼마 나오고, 또 꼭대기에 있는 사람에게 또 얼마씩 돌아가고. 다단계지요, 그것도 한마디로 말해서.
또한 이 보고서에서 남한 사회의 탈북자들 중 절반 이상이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한다고 부정적으로 답한 결과에 대해, 김태산씨는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태산: 남한에 오자마자 교육하는데서 그렇게 시켰어요. ‘누구든 믿지 말라’. ‘누구든 믿을게 없다’. ‘돈 꿔주지 말라’. ‘뭘 같이 하자면 하지 말라’. 여기와서 교육을 그렇게 받았는데 사회가 그렇다구. 그래놓고는 이제 와서는 탈북자들이 실제 생활에 나와서 더러 겪어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 갖고, 믿을 사람이 없다고 그러는데, 믿을게 뭐가 있어요. 솔직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형제들끼리도 아버지, 어머니 자식도 아버지를 죽이는 판인데. 그거 뭐 그렇게 큰 것도 아닌 것 갖고 탈북자들을 개,소,닭 취급하는데...
김태산씨는 이어 탈북자들도 남한의 국민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면서 남한사람들도 불법 다단계에 빠지고, 사기를 당하는데 굳이 ‘탈북자’라는 점을 부각시켜 크게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는 못마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번 설문 조사 결과, 사기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설문에 답한 탈북자들의 학력 가운데 ‘현재의 소학교인 인민학교 중퇴나 졸업’자는 전혀 없지만, ‘현재의 중학교인 고등중학교 중퇴나 졸업’의 경우 피해율이 약 14%, 그리고 대학 이상을 나온 경우 약 42%의 비율을 기록해 학력이 높을수록 피해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번 설문 결과를 분석한 연구진은 ‘탈북자들이 (교육시설인) 하나원을 떠나 사업과 투자를 할 경우 이를 도와줄 상설 상담시설을 마련하고 일상생활에서 법률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워싱턴-김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