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동국대학교는 ‘한국전쟁은 통일전쟁’이라고 발언해 지난 23일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강정구 교수를 직위해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주 안으로 총장과 이사장의 결재를 거쳐 확정되면 강 교수는 교수 직위는 유지되나 대내외 교수 활동이 전면 중지됩니다.
남한 동국대학교는 26일 홍기삼 총장 주재로 실장과 처장단이 참석한 정례정책회의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정구 교수를 직위 해제키로 했습니다. 동국대 관계자는 남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 교수가 검찰에 의해 정식 기소돼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에게는 교원직위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 조항과 학칙을 근거로 이 같은 징계를 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3일 남한 검찰은 강정구교수가 남한의 한 인터넷신문에 한국전쟁을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하는 칼럼을 게재하는 등 계간지와 도서를 통해 북한의 선전 선동에 동조하는 글을 기고한 혐의를 들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강 교수가 올해 6월 30일 인천통일연대 주최 ‘한국전쟁의 역사적 재조명과 맥아더의 재평가’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6.25전쟁은 통일전쟁으로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한국전쟁에서 최소한 4백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 혐의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천정배 법부장관이 경찰과 검찰의 구속수사 의견에 대해 지난 10월 ‘불구속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4일 강 교수 관련 기록을 경찰에서 넘겨받아 그동안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강 교수를 소환 조사한 끝에 23일 불구속 기소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동국대학교의 이번 직위해제 조치로 강 교수는 교수신분은 유지할 수 있지만 강의를 배정받지 못하고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없는 대기발령 상태로 사실상 퇴출을 의미하지만 법원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날 경우에는 직위가 회복될 수 있습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일부에서는 동국대학교가 강 교수가 2001년 8월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해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 위업 이룩하자’는 글을 남긴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에는 현재와 회칙이 같았는데도 이사회의 징계 심의에서 ‘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위해제 보류‘를 결정한 바 있어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강 교수가 만경대 방명록 필화 사건으로 인해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되자 동국대학교기획인사처가 이사회에 직위 해제안을 냈지만 이듬해 강 교수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이사회는 직위해제 결정을 보류한 바 있습니다. 동국대학교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당시에는 인내를 했지만 이번에는 사안이 더 크고 학교에서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 저지 및 학문의 자유쟁취 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동국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국대가 검찰이 기소하자마자 강 교수를 직위해제를 결정함으로써 스스로 사상의 자유를 수호할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고 비난하면서 직위해제 결정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이장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