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당국이 중국 정보기술을 이용해 고위 간부들의 손전화 통화 내용을 도청,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38노스(38 North)는 22일, 북한이 중국 기업과 함께 북한 내 고위 간부들의 통신 내용을 감시할 수 있는 감청망을 구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008년 5월 북한 체신청 산하 조선체신회사와 이집트 통신회사인 오라스콤이 말레이시아에서 만나 나눈 이야기가 적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나온 겁니다.
회의록에 따르면, 북한은 휴대전화 사용자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 도입과 함께 고위 간부들에게 도청 장치를 갖춘 손전화를 지급한 뒤 2500명을 대상으로 동시에 300통화를 감시할 수 있는 계획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탈북자 출신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23일, 북한은 자체적으로 통신관련 장비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중국업체의 장비와 기술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김흥광 대표: 북한의 도청을 위해서 북한이 화웨이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으려 했겠죠. 그리고 도청을 쉽게 하기 위해 화웨이가 준 기술을 자기들이 실현하기 위해서 화웨이 장비를 쓸 수도 있구요.
특히, 김 대표는 북한의 통신회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에 문제가 된 화웨이가 북한 통신시설의 주요 핵심을 구성하고 있고, 중국의 ZTE라는 업체의 장비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ZTE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중국의 다국적 전기통신 장비 업체입니다.
결국 이러한 장비들로 구성된 도청 시설을 이용해 고위 간부와 감시 대상자, 그리고 무작위로 선정된 일반 주민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입니다.
김흥광 대표: 수 백만 회선을 다 기록하고 다 자동적으로 남길 수는 없거든요. 대상자를 선정하고 매 순간순간을 도청하지만 일반인에 대해서는 랜덤(무작위)으로 체크(확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편, 38노스는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500만명에 달하지만 사용자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자유가 더 보장되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