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지난달 말, 평양에서 출발해 함경남도 검덕(금골)으로 향하던 여객열차가 전기부족으로 고개를 넘지 못해 전복되면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시체처리 전담반'까지 조직했지만 여전히 사고수습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에서 출발한 금골행 열차는 함경남도 단천역을 지나면 동암역에서부터 리파역 사이 높은 고개를 넘어야 최종 대흥역(금골역 다음역으로 금골역이 마지막 역이었지만 2010년대 중반 철도선을 대흥역까지 연장)에 도착합니다. 노후화된 철로와 전력난으로 해당 고개를 넘지 못해 지난달 말 열차가 전복됐는데, 이 사고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함경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달 12월 26일 저녁 평양-금골행 열차가 단천 일대에서 전복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열차는 25일 오전 평양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평양에서 금골까지 정시 운행시간은 13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천역에서 여해진-천곡-답동-가응-광천-운천역을 지나면 동덕역에서 경사가 시작되는데 동암-수촌-신평-리파역까지 철로는 해발 700미터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사고 날에는 단천역 주변에 폭설이 내렸다며 “동암역에서 고바위(급경사)가 시작되어 열차 속도가 늦춰지더니 리파역으로 올라가는 철로에서는 기관차 견인기 전압이 약해 헛바퀴가 돌다가 (열차가 전체적으로)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고 사건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기관사가 열차 제동을 걸어 수습하려 했지만 (낮은 쪽으로 뒤로) 밀려내려가는 열차가 가속도가 붙어 신평역에서 산굽이 돌 때 가운데 열차가 탈선되어 열차 뒷부분 객차들이 산 밑으로 떨어졌다”며 “이후 동암역으로 내려가면서 연이어 열차가 탈선돼 (골짜기로) 굴러 떨어졌다”고 증언했습니다.
“기관차 바로 뒤에 연결됐던 두 개의 상급열차는 탈선되지 않고 기관차와 함께 단천역까지 밀려 내려와 정차하면서 상급열차에 탔던 간부들은 살았고, 나머지 7개의 열차에 탔던 주민들은 대부분 사망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여객열차는 보통 60개의 좌석이 있는 기차가 9~11개 연결되어 운행됩니다. 앞에 1-2개의 기차는 간부들에 제공되는 상급열차, 뒤에 1개는 수화물 취급이므로 이번 사고로 전복된 7개의 차량에 탔던 인원은 400명이 넘는다는 설명입니다.
평양-금골행 열차는 대흥에서 나오는 왕감자나 검덕에서 나오는 연과 아연 등 금속을 내륙으로 나르는 장사꾼들이 많이 이용해 항상 만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지난 13일 “단천일대에서 평양-금골행 열차가 전복된 날(12/26)은 당 전원회의가 개최(12/27)되기 전날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금골행 열차가 전복되어 수백명이 사망한 사건은 철도성을 통해 중앙으로 보고되었다”며 “하지만 당국은 해당 사고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열차가 전복된 단천일대를 비상구역으로 선포하고 주민여론 통제에 급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이후 즉각 함경남도 사회안전부와 교도대 인력으로 열차 전복사고 현장 수습과 시신 처리 전담반이 조직되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열차가 전복된 단천일대에서 구출된 중상자들은 단천시 병원에 호송되었으나 항생제를 비롯한 해열제 부족으로 치료받지 못하고 병원에서 대부분 사망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현장 소식을 전했습니다.
1월 13일 현재까지도 시신처리 전담반은 열차가 전복된 현장과 병원으로 나뉘어 운영된다는 것입니다. 사고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전담반은 시신의 주머니에 신분증이 있으면 바로 가족에게 사망소식을 알리지만, 신분증도 없고 시꺼멓게 얼어든 시신의 얼굴을 확인하지 못하면 단천병원 시체실에 쌓아놓는데, 이 작업은 이달 말까지도 마무리되기 어렵다고 소식통은 부연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금골행 여객열차에는 단천 검덕광산으로 집단 파견으로 나가던 20대 청년들도 있고 생계로 장삿길에 열차를 탔던 여성주부들이 많았다”고 소개했습니다.
1998년 11월에도 함남 단천일대 급경사 철로에서 평양-금골행 여객열차가 정전사고로 전복되면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이번과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그는 이어 “단천일대에서 열차 전복 사고를 방지하려면 높은 산마다 동굴(터널)을 뚫어 철도를 놓아야 한다”며 “그러나 당국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자금을 투자하니 불쌍한 주민들은 굶어 죽고 열차사고로 죽어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2017년 함경남도 단천에서 탈북한 김철민(가명) 탈북민은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단천 주변 고개에서 열차 전복 사고 뿐 아니라 해마다 겨울이면 자동차도 추락해 사망자가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김철민 탈북민 : (검덕광산) 대흥광산까지 통근열차도 있고 평양-금골행 열차도 대흥광산까지 가요. (검덕지구)허천에서도 열차 전복 사고가 일어나는데, 철도가 일제시기 건설해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고...
김 씨는 이어 여행증명서가 없는 사람들이 뇌물을 주고 열차에 많이 타기 때문에 열차가 전복되면 좌석 숫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