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미국인 북한 여행금지 1년 재연장

지난 2018년 북한 군인들이 백두산을 등정하는 한 외국인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 2018년 북한 군인들이 백두산을 등정하는 한 외국인을 지켜보고 있다. (/AP)

0:00 / 0:00

앵커: 미국 국무부는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조치를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무부는 1일 연방관보(Federal Register)를 통해 지난 8월31일부로 만료된 미국인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이날부터 연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이 2017년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미국으로 돌아와 곧바로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계기로 처음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내린 후 2018년, 2019년, 2020년에 이어 올해 네번째 연장한 것입니다.

국무부는 북한에서 미국인에 대한 체포 및 장기 구금의 심각한 위험이 지속된다고 판단해 연장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미국 여권과 관련해 북한을 방문하거나 경유하는 여행은 모두 금지된다고 전했습니다.

travel_ban.jpg
1일 연방관보에 게재된 미 국무부의 미국인 북한 여행금지 연장 공고문. /연방관보 홈페이지


국무장관이 조기에 연장하거나 무효화하지 않는 한 이번 여행금지 조치는 내년 8월 31일까지 유효합니다. 다만 국무부는 언론인, 적십자 관계자 및 인도주의 활동가, 미국 국익을 위한 북한 방문은 일회성 특별여권을 통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원활한 대북지원 활동을 위해 인도적 방문을 위한 특별 허가증 발급이 아닌 북한 여행금지 자체에 대한 해제를 요구해 왔던 미국의 대북지원 단체들은 재연장 조치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미친우봉사단(AFSC)의 대니얼 재스퍼 담당관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국무부의 북한여행 제한 조치가 인도적 지원 노력을 방해하고, 북한과의 외교를 지연시킬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스퍼 담당관은 이번 결정이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인도 지원을 지지한다고 밝힌 데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낳을 뿐 아니라 재미한인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겠다는 그의 공약에서도 한 발 물러서는 처사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여행금지 조치에 대한 해제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리프트(Let Individuals Freely Travel, LIFT)' 관계자들은 1일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가 기본적으로 미국인과 민간단체들이 추진하는 이산가족 상봉, 인도적 지원, 민간인 교류 및 평화 구축 노력을 가로막는 정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아동 건강 증진을 위한 국제 인도주의 단체 이그니스 커뮤니티(Ignis Community) 의 설립자인 조이 윤씨는 현재 미 정부가 인도적 지원 활동가와 미국의 국익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발급하는 특별승인여권(Special Validation Passport)의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잦은 신청 거부 등으로 대부분 신청을 포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재미한인의사협회(KAMA) 박기범 교수는 "외부로부터 긴급한 의료지원이 필요한 북한 주민들에게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기에 여행금지 해제 문제는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북한에 억류됐던 경험이 있는 미국인, 또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북한이 여전히 미국인들에게 여행하기 위험한 곳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 공화당 소속의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도 앞서 지난달 27일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 트위터에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북한 여행 금지를 철회한다면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미국인들이 인질로 잡히게 되는 길을 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습니다. (If the Biden Admin revokes the travel ban to North Korea it will be a road to more Americans held hostage. Just like the road we are on in Afghanistan.)

한편 국무부는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이날 오후까지 답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