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끌려 다니는 이산가족 사업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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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남한의 대북지원보류로, 남북 이산가족상봉이 중단된 채 한 해를 넘겼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산가족 재회에 앞장서온 남한의 천만이산가족위원회의 이재운 명예위원장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이산가족상봉은 하루빨리 재개돼야 하는 인도주의적 문제지만, 예전처럼 북한에 끌려 다니는 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남한 대한적십자사의 한완상 총재는 16일, 다음 달 음력설을 계기로 중단된 남북 이산가족의 화상상봉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쳐, 새해 벽두부터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남한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추진하는 데 있어 북한 측 요구대로 끌려 다니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 2002년부터 천만이산가족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하다 명예 위원장으로 물러나게 된 이재운 씨는 이산가족 2세대들은 남.북 정부를 압박하는 등 적극적으로 이산가족의 대변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북한에 휘둘리는 이산가족상봉 행사는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운: 1세대가 너무 노후해서 행동력이 없었어요, 일할 때 주저하게 되고. 북한이나 정부에 대한 주장 같은 것도 주장하기 전에 더 생각하게 되고. 그런데 2세대들은 직선적으로 잘 하더라구요. 활기 있게 잘 해나갈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북한에서 하자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북한이 (이산상봉) 하자 하면 하고, 또 그만 두자하면 중단되고, 또 100명만 하자고 하면 100명 만 하고. 남측에서는 주체성이 없었어요. 앞으로는 절대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이산상봉이 중단되고 나서 저희가 숨고르기 할 시간이 좀 있었지 않습니까? 앞으로는 이산가족들의 신념에 어긋나는 이산가족 교환사업은 못한다.

다시 말해, 북한에서는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쌀과 비료를 달라고 하고, 우리 이남에서는 같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이산가족의 생사확인을 전면적으로 실시해달라고 하고. 이 두 가지 사업이 서로 대가 관계에 있기 전에는 (이산 상봉) 못한다. 앞으로는, 북측에서 예전처럼 이산상봉 100명만 하자고 하는데, 남측에서 쌀을 50톤 보낸다고 하면, 직접 항구나 도로에 가서 저지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하더라구요. 이것이 하나 기대가 되구요.

이재운 씨는, 또, 앞으로 2년 후가 될 지 10년 후가 될 지는 모르지만, 통일이 된 후, 북한을 재건하는 이른바 향토재건 사업에도, 이산가족 2세대들이 주축이 되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운 씨는 이어, 이산가족 2세대들이, 그동안 천만이산가족위원회가 추진해 온, 북측 가족의 생사확인 문제, 80세 이상 고령 이산가족들의 우선 상봉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주길 바랐습니다.

이재운: 저희들이 요구하는 사항은, 첫 째, 북한에 전혀 부담을 안 주는 생사확인 문제. 현재 남한에서 약 10만 명이 신청을 했는데요, 이 명단을 북한에서 받아서 확인되는 대로, 2-3년 안에 생사확인을 해 달라는 겁니다. 그 다음에는 자유로는 서신교환, 생사 확인 된 사람들은 마음대로 편지를 하게끔 우편 협정을 체결하던지 아니면 우편소를 면회소에 따로 설치하던지 하고. 세 번 째 는, 80세 이상 노인들에 대해서는 성묘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을 일 년에 두 세 번 씩 실시하자.

한편, 남북한은 당초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화상상봉을 갖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7월 미사일 발사 시험 이후, 남한 정부가 대북 쌀, 비료 지원을 유보하자, 북측은 이에 반발해, 화상상봉을 비롯해 이산가족 상봉을 일방적으로 중단했습니다. 또한, 남한이 금강산에 건설 중이던 이산가족 면회소 공사도 중단하고, 건설 인력과 관계자들도 모두 철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워싱턴-이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