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지난 7일과 8일 한반도를 휩쓸고 간 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북한지역에서도 적지않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국의 지시로 주민들이 태풍피해 복구에 매달리는 현실에서 북한간부들이 뇌물성 명절선물 챙기는데 지장이 많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주 중국을 방문한 평안북도 신의주 거주 화교 소식통은 “이번 태풍으로 신의주시내 일부지역이 물에 잠길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고 강풍으로 인해 수많은 전주대가 자빠지고 도로가 유실되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태풍의 진로에서 다소 비켜나 있는 신의주가 이 정도면 태풍의 길목에 있는 황해도나 평안 남도 지역의 피해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면서 “피해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김정은이 추석명절을 검소하게 보내라는 지시문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명절 때마다 명절을 검소하게 보내야 한다는 지시문은 의례적으로 내려오지만 이번 지시문은 그 내용과 성격이 좀 다른 것 같다”면서 “간부들, 특히 권력기관 성원들의 뇌물성 선물과 허례허식을 확실히 뿌리 뽑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명절 때만 되면 평양의 무역회사 간부들은 중국 대방으로부터 갖가지 선물을 한아름씩 받아 챙기고 있다”면서 “하지만 올 추석에는 무역회사 간부들이 중국 측 대방에 미리 연락을 해 추석이 지나고 좀 조용해지면 그 때 추석선물을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태풍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주민들과 기관 기업소 성원들, 중학교 이상의 학생들이 모두 수해복구에 동원되고 있는데 호화로운 추석 선물을 챙기다 문제가 불거져 문책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몸조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북한과 10년 넘게 무역거래를 하고 있다는 중국 단둥의 한 무역업자는 “북조선 대방에 명절 때마다 선물을 보내는 것이 관행인데 올 추석 선물은 추석이 지난 후에 보낼 예정”이라면서 “지난 주에 북조선 대방이 전화로 추석선물을 추석이 지난 후에 조용히 보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북조선과 무역거래를 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10년 넘게 설과 추석 때마다 북조선 대방에 선물을 보내왔는데 명절이 지난 후에 선물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태풍 피해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추석명절을 간소하게 보내라는 최고지도자의 지침이 떨어진 마당에 눈치 없이 명절 선물이나 챙긴다면 불경죄를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 “중국 무역 업자들도 북조선 대방의 사정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선물 보내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추석 명절을 기해 반짝 경기를 기대하던 단둥 해관 주변의 맥주와 과일 상점들 주인들은 예년과 달리 매상이 크게 줄어들어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