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로 사용하는 주체 섬유 ‘비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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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주체섬유라고 자랑하는 비날론이 정작 북한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대대적인 선전과 함께 함흥 2.8 비날론 공장을 16년 만에 재가동했지만 가동률이 아주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지난해 3월, 북한 언론은 함경남도 함흥시에 소재한 2.8 비날론 연합기업소 재가동 소식을 전했습니다. 언론은 “새로운 원자탄을 쏜 것 같은 특대형 사변”, “인공위성이 단번에 몇 개나 날아오른 것 같은 놀라운 소식”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북한주민들은 요란한 선전과 달리 옷감으로 생산된 비날론을 걸레로 사용하거나 높은 온도로 가열해서 도배용 풀로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최근 기자는 북한주민을 통해 비날론 조각을 구해보았습니다. 평양에 거주하는 보따리 무역상 김 모 씨가 전해준 비날론 섬유. 얼핏 보기엔 나일론 섬유와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비날론으로 어떤 옷을 가장 많이 만들어 입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씨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옷보다는 걸레나 먼지털이를 만드는데 주로 사용한다”는 예상 밖의 대답을 내놨습니다.

김 씨는 “비날론은 땀 흡수도 잘 안 되고 보온성도 없기 때문에 옷감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비날론은 질겨서 옷을 만들자면 노동자 작업복 정도는 만들 수 있지만 한번만 빨면 인차 줄어들기 때문에 옷감보다는 걸레 감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또 “그나마 비날론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지 장마당에서도 요즘 비날론 섬유가 잘 눈에 띄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2.8 비날론 공장이 있는 함흥 출신 탈북자 전 모 씨의 말도 비슷합니다. “비날론은 물기를 잘 빨아들여서 걸레감으로는 최고인데 단점은 이물질이 묻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합니다. 전 씨는 이어서 “한때 비날론과 나일론을 섞은 혼방직 천이 나왔지만 이것도 보자기나 자루용으로 적당하지 후들후들 해서 옷감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전 씨는 또 “비날론에 물을 넣고 가열하면 풀처럼 되는데 접착력이 좋아 장판이나 벽지를 바르는데 사용하면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비날론은 잘 끊어지지 않고 질겨서 농업이나 어업용 밧줄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주체섬유라고 요란하게 선전하는 것과 거리가 먼 증언들입니다.

그럼에도 북한당국은 비날론 공장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1961년부터 94년까지 가동되다가 멈췄던 2.8 비날론 공장에 거액을 투자해 16년만인 2010년 재가동에 들어갔습니다. 김정일 위원장도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준공식을 열었지만 현재 공장 가동률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흥 주민, 신 모 씨는 “전력난과 자재부족으로 2.8 비날론 공장의 가동률은 30%도 안 된다”고 전했습니다. “약 2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은 기계적인 출퇴근만 할 뿐 노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선전과 함께 북한당국이 2.8 비날론 공장을 요란하게 재가동한 것은 화폐개혁 후유증과 식량난으로 인한 주민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