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며 예고한 정면돌파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사태는 정면돌파전의 예기치 않은 암초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코로나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올 한 해 북한 당국의 정책노선인 정면돌파전 달성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코로나 국면 이후 북중 교역이 전면 재개되더라도 고강도 제재로 인한 북한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크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의 고심은 깊을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요. 북한 현안을 분석, 전망하는 '김은지의 북한 풍향계'입니다.
북한이 예고한 '새로운 길'의 핵심인 정면돌파전.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를 무력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정면돌파전은 사실상 경제발전이 핵심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미국과 북한의 대결은 결국은 제재와 자력갱생의 대결로, 제재를 이기기 위해 군사적, 경제적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지난 해 당 전원회의를 관통하는 핵심 내용이라고 봅니다. 결국 미국의 제재를 무력화시키는 것, 즉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제재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변수가 동시에 북한 경제를 압박하면서 경제분야에서의 정면돌파전도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 비교적 안정적 추세를 유지해오던 북한 경제는 수년간 이어진 고강도 제재로 지난 2017년부터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습니다. 2년에 걸친 성장률의 하락폭은 무려 -8% 수준에 달합니다.
제재 강화로 인한 무역량 급감과 중국에 의존한 불균형한 무역구조 등으로 거시경제 부문의 지표 역시 하락한 상탭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라는 중국발 돌발악재는 북한 체제 내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바이러스(비루스) 유입 차단을 위한 국경 차단 조치로 북중 교역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양국의 공식 교역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91% 줄었습니다.
고강도 제재로 수출이 이미 1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급감한 상황에서 북중 교역의 감소는 식료품과 임가공 원자재 등의 소비재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현재 대북제재로 인해 전기기기와 기계류, 철강, 차량 등 주요 부품들의 경우 2017년부터 수입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번 국경 차단 조치의 경우 기존 수입품목인 임가공 원자재와 식료품, 플라스틱과 같은 건축자재와 비료, 의약품 등 북한으로선 수입 대체가 되지 않는, 국산화가 되지 않은 품목들이 일시적으로 수입이 중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한 취약계층의 경우 춘궁기를 맞아 식량 수급의 어려움에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제활동의 위축과 이에 따른 소득 저하와 맞물리면서 식량 안보가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올해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료와 연료, 생필품과 원부자재의 원활한 공급은 필수적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필요한 수요를 충분히 보장할 것을 당면과제로 제시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중국 내 코로나 사태가 소강국면에 접어들자마자 식량과 비료 등 전략물자에 한해 국경 차단 조치를 해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섭니다.
실제 북중 교역은 대북제재 국면에 놓인 북한의 '생명줄'이자 장마당 경제 유지에 있어 필수적입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 국면에서도 북한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지 않은 것도 모두 '중국'이라는 '완충지대' 덕분에 가능했다는 평갑니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심리 위축을 초래하지 않은 북한 당국의 정책 기조 외에 제재 대상이 아닌 중간재와 소비재의 수입 지속, 북중 간 비공식 무역의 부분적 회복,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서비스 부문의 활성화 등을 지난 해 고강도 제재에도 북한 경제가 급격한 위기에 빠지지 않은 요인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내에서 국경 차단 조치의 전면 해제는 사실상 시간문제로, 코로나 국면 이후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북중 무역이 급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코로나로 인한 내부 피해와 국경 차단 조치로 인한 경제적 피해의 크기를 저울질하면서 국경 차단 조치의 해제 시점과 방법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문제는 코로나 국면 이후 북중 교역이 전면 재개되더라도 북한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여전히 크다는 데 있습니다.
현재 북한 대외무역의 경우 제재로 인해 수입이 수출에 비해 현저히 높은 구조입니다. 이는 북한의 외화보유액을 고갈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3년간 북한의 연평균 적자는 약 22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2000년부터 16년간 연평균 적자(10억 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몹니다. 2018년 한해 동안 북한의 상품 무역 수지 적자는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13.6%를 상회했습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 북한의 경우 제재 이후 수출은 90% 줄었지만 수입은 자본재나 운수 장비를 제외하고는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무역적자가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밀수로 보충한다고 해도 10억 달러의 적자를 지속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구요. 이는 북한의 외화보유고가 줄어든다는 것이므로 향후 북한이 경험할 가장 중요한 위기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북한은 원활한 외화 수급을 위해 '제제의 구멍'을 활용해 관광산업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 사태로 잠정 중단된 상탭니다. 올해 4월 개장할 예정이던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의 정상 운영도 당분간 불투명합니다.
지난 한 해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30만 명으로 이들이 평균 250달러를 소비했다고 가정할 경우 연 관광수입은 7천5백만 달러에 달합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정면돌파전에 나서기로 한 것은 제재의 예외인 관광이나 중국과의 무역이나 지원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 사태에 따른 국경 차단 조치로 관광객 유치는 물론이고 무역 감소로 이어져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북한 당국이 '내부 짜내기'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에게 '코로나 사태'는 단순한 보건 의료 위기를 넘어 대북제재의 영향을 증가시키는 부정적 승수효과로 작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올해 북한의 경우 상품수지 적자의 누적과 해외 노동자 귀국에 따른 외화 소득 감소, 코로나 사태에 따른 관광 중단 등으로 인해 외화 확보에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장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 코로나 사태가 단기간에 마무리될 경우 수입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겠지만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의 북한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외화 수입이 감소하게 되고 이 경우 수입할 수 있는 역량이 감소하면서 대중 수입이 줄어들게 될 경우 북한 경제에 피해가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같은 국가 재정수입의 감소는 정면돌파전 관철을 위한 내부 동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발 세계 경제의 위기, 중국 경기의 하락 등으로부터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다만 올 한 해 북한 경제의 경우 어느 해보다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제재로 인한 어려움은 지속되겠지만, 90년대와 같은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에너지와 식량 부문에서 위기의 징후가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향후 제재 장기화 국면에서 불거진 코로나 위기를 체제 강화의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무엇보다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국산화와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외부 충격에 대한 내구성을 강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경제 부문의 과학기술 투자를 늘려 원료와 자재, 연료, 설비 국산화를 통한 북한 자체의 경제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북한 당국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택한 정면돌파전은 결국 비핵화 협상의 교착과 제재 국면의 지속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새로운 길'이 '핵 억제력 강화'라는 과거로의 회귀라고 전제할 경우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강도 높은 제재에 직면해온 북한으로선 향후 가중된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경제발전'을 주요 업적으로 추진해온 김정은 입장에선 설사 제재로부터 '생존'할 수는 있더라도 '발전'이 좌절될 경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김정은 정권의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북한이 택해야 할 진정한 '정면돌파전'은 과감하고 진실성 있는 비핵화 조치로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노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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