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서] “북 응원단 가면, 만화영화 ‘소년장수 쇠메’ 얼굴일 수도”

지난 1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이 가면을 이용한 응원을 펼쳤다.
지난 1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이 가면을 이용한 응원을 펼쳤다. (RFA PHOTO/ 이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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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응원단이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즉 빙상호케이 남북 단일팀 첫 경기에서 남성 얼굴의 가면을 쓰고 응원한 것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의 주인공 '쇠메'의 얼굴을 현대식으로 형상화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현장에서 노재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응원단의 가면 논란은 지난 1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에서 나왔습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한국 통일부는 지난 11일 보도 해명 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시 통일부 측은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하는 북한응원단' 제하 보도는 잘못된 추정임을 알려드린다"며 “북측 스스로가 그런 식으로 절대 표현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응원단이 사용한 가면은 김일성의 얼굴이 아닌 북한 노래 '휘파람' 속 남자 역할을 대용할 ‘미남 가면’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보위성 출신의 한 탈북자는 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통일부가 밝힌 ‘휘파람’ 노래를 위한 소품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북한 만화영화 ‘소년장수’에 나온 주인공 ‘쇠메’의 얼굴을 현대식으로 바꿔 가면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소년장수’는 오랫동안 북한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대표적인 만화영화로 주인공 ‘쇠메’는 100전 100승의 무적으로 나옵니다.

그는 “최근 북한에도 터치폰(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소년장수’ 터치폰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북한 당국의 승인 아래 터치폰 게임이 보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비록 쇠메가 만화영화 주인공이지만 이젠 김정은 위원장을 연상케 하는 인물로 봐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 2015년 4월 4.26만화영화촬영소를 현지지도한 후 ‘소년장수’를 100부까지 더 만들 것을 지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소년장수’는 1980년대 초부터 1997년까지 총 50부작으로 만들어졌는데 지난 2015년 8월부터 51부를 시작으로 다시 방송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4.26만화영화촬영소 실장):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연속편으로 만드는 소년장수를 통해서 우리 인민들이 높은 애국심과...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17일 강릉 세인트존스경포해변호텔에서 만난 북한 기자들에게 가면의 얼굴이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기자들은 “가면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RFA 기자: 응원단 가면의 얼굴은 누구입니까?

북한 기자: 우리는 그런거 잘 모릅니다.

RFA 기자: (경기장에 가서) 취재하셨을 거 아닙니까?

북한 기자: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 가면 없었는데..

RFA 기자: 빙상호케이장(아이스하키장)에 안 가셨어요?

북한 기자: 저는 거기 안 갔습니다.

앞서 한국의 일부 언론은 “젊은 시절 김일성의 얼굴을 가면으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고,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 체제 특성상 김일성 얼굴을 가면으로 만들어 사용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습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특정한 인물을 염두에 두고 그린 가면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이 봤을 때 과거 김일성 그림의 얼굴과 닮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논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탈북자들은 “북한에서는 공연이나 응원할 때 가면이 잘 사용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학교 통일교육 강사로 활동했던 탈북자 김수련 씨는 “북한에서 체육대회 때 응원 도구로 사람 가면을 사용한 적은 없다”며 “호랑이나 곰 등 짐승의 가면은 가끔 본 적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