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빙상호케이 남북 단일팀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올림픽 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팀이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했다는 비판도 있었는데요.
남북 단일팀의 명과 암, 평창 현장에서 목용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빙상호케이 남북 단일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논란 속에 급조된 팀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단일팀의 성적은 초라했습니다. 2득점, 28실점에 5전 전패.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8팀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세계 언론들은 단일팀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정치적 논란을 딛고 짧은 시간동안 ‘작은 통일'을 이뤄냈다는 겁니다.
단일팀 구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던 세라 머리 감독도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처음에는 단일팀 결성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북한 선수들은 배우려는 열의가 강했다”면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북한 선수들도 팀에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단일팀을 이끈 소감을 밝혔습니다. 지난 20일 마지막 경기 직후에도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세라 머리 남북 단일팀 감독 : 열심히 했던 지난 4년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우리팀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단일팀 결성에 회의적이었던 한국 선수들도 북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정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한수진 선수는 북한 선수들과 함께 할 시간이 적었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단일팀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한국 정부의 정치적 명분을 쌓기 위해 활용됐다는 비판은 여전합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의 정치적 결정으로 한국 선수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달 단일팀 결성이 결정되자 세라 머리 감독은 “충격적”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북한 선수들의 참여로 한국 선수들의 사기와 조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올림픽 본선에서 북한 선수 3명을 기용해야 하는 만큼 한국 선수들이 희생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단일팀이 정치적 선택으로 결성됐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스포츠 교류가 경색된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트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단일팀은) 북핵 위기 국면의 전환이라는 대의를 위한 정치적 명분이 컸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스포츠 교류를 통해 국면 전환이 어느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트는 측면에서 스포츠 교류는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한편 단일팀에 참여했던 북한 선수들은 25일 폐회식에 참석한 뒤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북한 선수들은 돌아가기 직전까지 세라 머리 감독에게 빙상 호케이와 관련한 교육을 받을 예정입니다. 머리 감독은 “실제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영상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며 북한 측과도 이와 관련한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