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서] 탈북자들 “북 응원단, 심리적 피로감 쌓여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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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지난 7일 한국을 방문한 북한 응원단은 하루에 왕복 200km가 넘는 장거리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탈북자들은 이들이 장거리 일정에 대한 부담보다는 외부 문화를 접한 데 따른 심리적 부담감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현장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북한 응원단 229명은 현재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인제 스피디움’에 묵고 있습니다. 평창올림픽 현장인 평창과 강릉에서 동떨어진 곳입니다.

응원단은 북한 선수들이 설상 종목에 출전하는 날에는 137km 떨어진 평창으로 이동해 응원전을 벌였습니다. 차로 2시간 20여 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북한 선수들이 빙상 종목에 출전하는 날이면 1시간 30여 분 거리의 강릉으로 이동해 응원전을 펼쳤습니다.

북한 응원단은 이같은 방한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문화, 대중들과 접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응원차 방문한 경기장에서 울려 퍼지는 한국 노래, 응원 문화, 자유분방한 한국인들의 모습 등을 체험한 겁니다. 응원단은 지난 13일 나들이 차 방문한 경포대에서도 한국 사람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문화를 체험한 북한 응원단의 표정은 밝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북한 응원단원들이 상당한 피로감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장거리 이동, 빡빡한 일정보다는 오히려 외부 문화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클 수 있다는 겁니다. 탈북자인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는 “북한 응원단은 한국 문화를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 : 북한 응원단은 한국에서 보고 들은 것을 지우기 위해 매일 조직적인 총화를 했을 겁니다. 또 한국 문화 등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허용 되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인 피로감이 많이 쌓여있을 겁니다.

북한 예술선전대 출신인 탈북자 한옥정 씨도 “당의 방침이기 때문에 장거리 일정과 관련한 어려움이나 불만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응원단이 한국 방문을 계기로 심리적 동요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상당수 탈북자의 말입니다. 이들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대우를 받아 삶의 질이 나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옥정 씨는 “응원단원들은 방한 전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한국 사회를 간접적으로 접했을 가능성이 있어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응원단의 귀환이 북한 내부 주민들의 탈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 본인들(응원단)이 북한에 돌아가면 가족과 친척,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체험담을 전하게 될 텐데 이렇게 되면 동요하는 사람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탈북자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지난 7일 한국을 방문한 북한 응원단은 오는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뒤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